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8일] 공적책임 모르는 저축은행

“저축은행들은 공적책임이라는 말을 모르는 듯합니다.” 7일 기자가 만난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저소득층 대출지원 사업에 소극적인 저축은행들의 모습을 이렇게 지적했다. 서민금융기관이라고 자처하는 저축은행이 정작 정부가 내놓은 서민지원책은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과 보건복지가족부는 오는 6월부터 저신용자와 저소득층에 총 1조5,000억원을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해 줄 예정이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해당 사업에 별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두 부처의 대출사업 모두 정부가 지역신용보증재단에 특별 출연해 90~100%의 보증서를 떼어 주고 일부는 담보를 잡을 예정이어서 손실 가능성이 매우 적다. 그런데다 저축은행들은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피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중기청의 신용대출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곳이 없고 담보대출 형태인 복지부 사업에는 전체 105개 저축은행 중 솔로몬ㆍ제일ㆍ토마토 등 14개 저축은행만 참여의 뜻을 밝혔다. 부림ㆍ평택 등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도 참여하는 데 주요 대형저축은행의 이름은 찾기 어렵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경우 가능한 한 전 조합이 참여하겠다고 한 것과도 비교가 된다. 저축은행들의 서민금융에 대한 ‘모르쇠’ 전략은 중소기업정책자금 대출에서도 나타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중기정책자금을 취급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한 곳도 없다.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지원과 비과세예금 허용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공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저축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도 국민들은 가까운 저축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요청하기 마련이어서 가능한 한 많은 저축은행들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축은행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소유ㆍ운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지만 공적인 책임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저축은행 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영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짜 점심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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