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 인터뷰]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전미경영연구소 경제정책 실장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수개월 내에 농축 우라늄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하게 손을 써야 합니다.” 보수적 싱크탱크로 알려진 워싱턴 소재 전미경영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박사는 포용정책으로 대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국들이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을 전화로 연결,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이 수개월 내에 농축우라늄을 추출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제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질 않습니다. 켈리 차관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정보 기관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이 영변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조만간 농축우라늄을 확보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려는 데는 일종의 논리를 가지고 있고, 쉽사리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비논리적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은 자신이 한반도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둘째 국제 경제를 불안과 권위에 도전하는 근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자주 국방과 상거래를 통한 번영 등과 같이 전통적 정권 유지의 개념을 갖고 있질 않습니다. 오히려 평양정권은 세계적인 무기 경쟁의 틀에 연계돼 있고, 그런 관점에서 대가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량의 재래식 무기를 확보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재래식 무기만으로 정책을 수행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하고, 탄도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수십만명의 인민들이 기아로 죽어가는데도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이 위치한 영변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그 같은 주장을 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프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누구와 만나 얘기를 들은 지 모르겠지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풀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 북한이 넘어서 안될 `레드라인(red line)`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핵 재처리라고 생각합니다. 핵물질을 재처리할 경우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소재가 나오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변 강대국들은 당황해 하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의견차를 드러내 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얘기하기 싫어하고, 한국과 일본도 강경하게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외 원조와 불법 거래에 의존해 독특하게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주변 강대국들이 김정일 정권을 경제적으로 제제할 경우 효율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북한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시점에 북한이 핵 재처리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봅니다.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에 몰두해있을 때 핵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시점에 북한은 핵 재처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이 끝나면 바로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접근할 것으로 봅니다. - 미국이 이라크를 언제 공격할 것으로 봅니까. ▲글쎄요. 곧 공격할 것으로 봅니다. 유엔 결의안이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지도 중요 변수입니다.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 북한 핵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정책적 견해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한국과 미국은 오랜 우방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반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 제재 또는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수개월 내에 북한이 원자 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경제지원과 교환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판단일수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렇게 방향을 잡고 있고, 빌 클린턴 정부도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1960년대부터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고, 벌써 50년이 되는 얘기입니다. 적어도 북한은 보험성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 북한이 핵문제로 시끄럽게 하면서도 나름대로 시장을 개방하고, 신의주 등 경제특구를 만들어 해외에 개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방이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 운영 방식은 아주 서툽니다. 북한 정권은 외국 원조가 들어올 것을 가정하고 경제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도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만. ▲당장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도움으로 지탱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제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지원 중단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적으로 주변국가를 위협하고 있지만,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의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의 경제는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허용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 지요. ▲LA 타임스가 그렇게 보도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노무현 새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대북한 포용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용정책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까.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이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북한이 그 돈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 중국의 개입이 북핵을 해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언제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봅니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국이 북한과 우방관계에 있지만, 북한이 핵 문기를 보유할 경우 베이징 정부에겐 악몽이 될 것입니다. 중국은 93~94년 핵 위기때 북한에 대한 식량 공급을 3분의2나 줄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 빠졌지요. 중국은 북한의 핵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평양정권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고,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9ㆍ11 테러 이후에 개선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김정일 정권의 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94년 북한 핵위기때와 지금이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땐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저지하는데 협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로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강경해졌고, 따라서 북한의 핵 무기 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 북한 핵 문제로 한국 경제가 둔화하고,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북한 핵 이슈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전망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외국인 투자자는 북한 핵 문제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만이 아니라, 한국 투자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대선 직전에 한국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반미 시위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손상시켰다고 봅니까. ▲젊은 여중생이 죽은 일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반미 운동은 실패 한 DJ 정부 햇볕정책의 결과입니다. 정치 지도자가 북한을 덜 위험한 나라라고 말하니까, 국민들이 왜 미군이 주둔해야 하느냐고 생각한 데 따른 것입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누구) 미국의 보수적 경제 싱크탱크로 알려진 전미 경영연구소(AEI)에서 경제정책 담당 실장을 맡고 있다. 인구통계학, 해외원조, 건강 불균형 등 다양한 주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학자다. 하버드대 교환교수도 역임했으며, 세계은행, 미 국무부, 국제개발기구(AID)에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하버드대 인구개발연구소에서도 활동했으며, 전미 아시아 연구소, 환경문명위원회 등에서도 멤버십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의 안보, 인구문제등에 관해 해외 자문도 하고 있다. 200여편에 이르는 책과 논문을 낸 다작의 학자이며, 특히 한반도문제에 관한 책도 많이 저술했다. `북한의 종말`, `한반도 통일에 관한 연구`이 있고, 최근 작으로 `한국의 미래와 강대국`을 출간했다. 하버드에서 경제학 학사, 석ㆍ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런던 스쿨에서도 경제학을 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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