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치 불안이 일본식 장기 불황 키운다

■ 일본현지서 한국을 보니…<br>긴자거리 한산한 매장 등 곧 닥칠 한국현실 보는 듯<br>정치권 기업 때리기 여전 잃어버린 20년 전철 우려



한없이 참담한 日그림자가 한국에… 섬뜩
정치 불안이 일본식 장기 불황 키운다일본현지서 한국을 보니…긴자거리 한산한 매장 등 곧 닥칠 한국현실 보는 듯정치권 기업 때리기 여전 잃어버린 20년 전철 우려

도쿄=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13일 찾은 일본 도쿄 긴자 거리의 비쿠클로 매장. 주말임인데도 매장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비쿠클로는 전자제품을 파는 비쿠카메라와 유니클로의 공동매장으로 지난달 개장날만 해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달이 채 안 됐지만 방문객들은 세일 품목에만 간간이 눈길을 줬다. 두 아들과 한참 장난감을 구경하던 한 일본 남성은 쇼핑백 하나 없이 매장을 나섰다. 일렬로 마련된 계산대는 직원 2명만 어슬렁거릴 뿐 손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세일 상품을 양손에 든 직원들의 목소리만 시끄럽게 울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의 이 같은 풍광은 우리에게 딴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우리의 내수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출마저 꺾이면서 비상벨 소리가 커지자 일본의 모습을 우리 경기와 오버랩시키는 빈도가 부쩍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L자형' 장기불황 국면이 현실화하자 '잃어버린 20년'을 걸어온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정책 결정이 지연되면서 정치불안이 불황의 골로 내몰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일본의 상황과 복사판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에서 2.4%로 대폭 내려 잡은 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8%까지 내려앉았다고 인정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IMF 연차총회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흉년이 계속 갈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저성장시대에 이미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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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해 말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독일 등 유로존의 경기침체도 빨라지고 있다. 대외여건에 곧장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들은 4ㆍ4분기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4ㆍ4분기 실적이 3ㆍ4분기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미래의 성장여력이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데 정치권 어디에서도 성장능력을 확충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어도 정치권ㆍ정부ㆍ기업 어느 누구도 지탱할 주체로 나서지 못하는 셈이다.

'정치 후진국'인 일본의 정치권이 '잃어버린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미래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장기침체에 빠져서도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잃은 일본의 모습이 우리 경제에서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기 위해 국력을 모으기는커녕 오히려 센카쿠열도 국유화 등으로 국내 여론과 주변국의 갈등만 조장하고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것은 정책대응을 내내 늦추기만 하다 결국 제때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며 "작은 수단이나 효과 없는 정책으로 임기응변만 하다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정치권부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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