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58ㆍ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16일 경제불황 극복 방안에 대해 "기업 투자와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유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강력하게 경기를 부양해야 불황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의원은 기업인들의 투자촉진과 관련, "기업은 수익 모델에 따라 투자하는 만큼 세제혜택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줘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정책 실무책임자로 일하면서 금융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당정 차원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그는 위기국면에서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윤증현 장관 등 경제팀을 향해 "국민들의 기대감을 풀어줄 수 있도록 '승부수'적인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의 경우 옥석을 가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데 다 안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물경기 급락세가 다소 꺾이면서 일부에서 경기 낙관론이 나오고 있는데 언제쯤 회복세로 돌아설까요.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보면 상당히 엇갈려요. 영어로 믹스시그널(혼합신호)이죠. 미국도 그래요. 우리 쪽에서 보면 설비투자가 부진하며 고용시장 자체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어요. 또 수입이 줄고 수출이 덜 줄어 흑자가 많이 나는 축소균형이 문제입니다. 반면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선행지수와 산업활동은 괜찮습니다. 세계 각국이 추경, 중앙은행 금리인화, 감세 등 강력한 경기부양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고 한국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데 누가 못하겠습니까.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체질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경기가 언제 회복되느냐는 차원보다 종합적인 장기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은 경기를 전망하기에 이르다고 봅니다. 경기회복 여부는 내년까지 가봐야 합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런 국면에서 경제불황을 벗어날 방안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기본적으로 감세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동시에 재정지출을 늘려야 효과적입니다. 맞춤형 사업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강력한 경기부양 쪽으로 가야 합니다. 우선 4대강 치수사업은 괜찮습니다. 예전 사고방식으로 보면 안 됩니다. 한나라 시대처럼 치수사업은 문화ㆍ낙농업ㆍ화훼 등 장기적 안목으로 개발하면 괜찮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죠. 또 세계적인 화두인 녹색뉴딜 사업을 해야 합니다. 의료와 교육사업도 중요합니다. 의료산업을 발달시켜 관광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성형수술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우리나라가 강한 의료 분야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죠. 특히 기업의 투자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접목시켜 유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해 옥석을 가려야 합니다. 퇴출이 불가피한 기업의 채무를 연장시켜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붙잡고 있으면 모두 다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경제위기 때는 기업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데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이 없을까요. ▦말을 강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어요. 기업은 수익 모델에 따라 투자하는 것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지 않아요. 다만 정부는 기업인을 향해 불황 때 잘 투자하면 호황 때 수익모델로 돌아서니 투자해달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어요. 아울러 기업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컨대 투자시 공해물질이 나올 경우 정부가 공해제거 장치를 제공한다면 기업이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도와줘야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장개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하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공직경험을 살려 윤증현 경제팀을 평가하고 조언하신다면. ▦좀 다른 얘기지만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현 경제팀에 대해 "그 나물에 그 밥이다"라고 표현했어요. 이명박 대통령(MB)이 추구하는 노선은 강만수 장관팀이나 윤증현 장관팀이 다르지 않아요. 다만 윤 장관은 노련한 인상을 줍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측면에서 더 낫죠. 국민에게 욕 먹는 것은 줄었지만 신선한 맛이 없어요. 예를 들면 바둑에서 꼬이면 승부수 같은 타개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축구로 말하면 감독이 돌파 국면에서 무엇인가 풀어나가는구나 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정책 비전이 부족합니다. 윤 장관은 안정적인 스탠스만 유지하는 듯합니다. 미흡한 점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다 안고 가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는 상황에서 박연차ㆍ노무현 파문으로 국민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경제회복은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중요한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합니까. ▦이 대통령 말씀처럼 이럴수록 경제에 올인해야 합니다. 정치에 불합리하고 모순된 점이 많아요. 기업인들은 또 정경유착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측면이 있어요. 대통령과 정치인, 국민 각자는 스스로 제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기업인들도 많은 교훈을 얻지 않겠습니까. 두 가지 측면을 고려 해야 합니다. 좌우대립과 영호남 지역감정 문제입니다. 아무튼 대통령이 실용으로 가는 확실한 입장을 다시 표명해야 합니다.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도록 인사를 잘해야 하죠. 정부 산하기관, 투자기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호남사람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국민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