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두바이 모라토리엄 악몽 깨어나나

이슬람채권 발행·채무조정 협상 마쳐 투자심리 개선 조짐<br>유럽 재정위기·부동산시장 침체 등 부담 여전

지난해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며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졌던 두바이가 최근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 발행을 통해 잇따라 자금조달에 성공,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두바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두바이 국영회사 두바이월드는 지난 1년 동안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성공적으로 완료, 두바이에 대한 투자 심리도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이다. 두바이는 모라토리엄 1년을 맞아 '사막의 기적' 신화 다시 쓰기에 시동을 건 모습이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건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어 거대 국영 건설회사인 두바이홀딩스의 채무 조정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는 앞서 국내에서 12억 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한 데 이어 전 세계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인 말레이시아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발행에 성공한다면 지난 2009년 11월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동안 두바이 부동산 업체 '나킬'과 같은 기업들이 소규모로 수쿠크를 발행한 사례는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해외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잇따른 채권 발행은 지난 10월 두바이월드가 채권단과 235억 달러 규모의 채무조정에 성공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투자자들이 두바이에 다시금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바이는 그 동안 1년 전 모라토리엄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 개발을 주도해 오던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59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 상환 유예를 선언하면서 '사막의 기적'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다 올해 3월 기업 회생을 위한 계획 초안을 마련한 뒤 10월 7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은행단과 채무 조정에 합의하며 다시금 부활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또 지난 22일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인 악시옴 텔레콤을 통해 1년 만에 11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두바이월드의 부실 불씨는 잠잠해졌지만 두바이홀딩스가 새로운 위기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바이홀딩스의 자회사인 두바이인터내셔널캐피털(DIC)과 두바이그룹은 오는 30일까지 최대 26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채무 만기연장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채권은행단이 두바이 정부의 채무 상환 노력과 투명성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두바이 그룹은 만기가 예정된 채무상환에 실패하기도 했다. 두바이 채권은행단의 하나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한 관계자는 "두바이 정부가 1년 평균 20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조정하는 데 성공하려면 채무상환의 의지를 보이고 부실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있는 것도 부담이다. 두바이 소재 두람 대학의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교수는 "두바이 채무 규모는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특히 건설 분야에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마천루들이 계속 건설되고 있지만 부실을 우려한 나머지 투자자들의 수요는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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