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2조원의 회사채가 새롭게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연말에는 회사채 발행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차상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 올 들어 상장사들이 앞다퉈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회사채 발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61조2,979억원에 달한다. 채권 발행액이 가장 많았던 1998년(67조3,230억원)과 불과 6조원 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아직 연말까지 6주 가량 시간이 남은 점을 고려할 때 사상 최고치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주(14~18일)에만 2조1,3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신용등급 AA-)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표면이율 4.34%로 2,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고 17일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AA등급)가 시설자금 용도로 7,000억원을 발행한다. 회사채 발행액은 ▦2007년 27조5,697억원 ▦2008년 38조3,541억원 ▦2009년 56조6,357억원으로 증가하다 2010년 51조5,931억원을 기록,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눈에 띄게 급증한 셈이다. 회사채 발행의 증가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내년 자금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기업들이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저금리로 인해 자금조달 부담이 적은 것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이유다. 실제로 무보증 3년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4.24%, BBB-등급 금리는 10.08%로 지난해 말 각각 4.27%, 10.26% 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2008년 말(각각 7.72%, 12.01%)과 비교할 땐 무려 3% 포인트 이상 낮은 셈이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직후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발행했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회사채 발행 급증의 한 원인이다. 김민정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2008년 발행한 채권들의 차환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2008년과 비교해 회사채 금리가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번 차환으로 금융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잘 소화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돈 굴릴 곳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상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은 “유동성이 풍부해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을 기관이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채권영업 담당자는 “연기금과 보험 등이 지속적인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뿐만 아니라 유상증자에서도 올해 들어 8조9,035억원(유가증권시장)을 조달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LG전자가 1조원대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한편 현대증권도 6,000억원 가까운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대형 유증이 부쩍 증가했다. 기업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에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10대 상장사의 현금보유액은 지난 2ㆍ4분기 54조7,832억원에서 올 3ㆍ4분기 말 61조4,513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내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업들 지금의 우호적인 자금 조달 환경을 활용해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