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마케팅 전쟁도 킥오프

공식후원사 현대·기아차 브랜드 선수 버스 등 곳곳 노출 이미지↑

"비싸도 갖고 싶어요"… 한국제품 브라질 홀린다

상파울루시 축구박물관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초고화질(UHD) TV. 월드컵 기간 중 브라질을 찾는 이들에게 삼성의 기술력을 선보이게 된다. /상파울루=김영필기자

LG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는 현지의 타치아나 델가도 양. /상파울루=김영필기자

삼성 스마트폰 '2명 중 한명' 사용… LG는 가전시장 1위 이어 G2 대박

현대차 HB20 길거리 누비며 씽씽 월드컵으로 입지 더 탄탄해 질듯



브라질 축구의 '신성' 네이마르가 대표팀 숙소를 나와 연한 하늘색 버스에 오른다. 그가 타는 버스 옆면에는 'KIA MOTORS'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다비드 루이스와 다른 대표 선수들도 호텔을 나와 기아차 로고가 박힌 버스에 탄다.

11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의 유력 스포츠채널 'ESPN브라질'이 크로아티아와의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을 하루 앞둔 브라질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로 보도했다. 오후2시를 전후해 40여분 동안 화면이 나가는 과정에서 기아자동차 로고가 브라질 전역에 노출됐다. 축구라면 죽고 못 사는 브라질 국민 2억명의 머릿속에 기아차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뿐이 아니다. 프랑스 등 전 세계 각국의 주요 방송들이 이동버스에 타고 내리는 자국 대표팀을 밀착 촬영하면서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차 브랜드 이미지가 함께 상승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구전쟁이 마침내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막을 올렸다. 월드컵은 선수라면 누구나 밟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이자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기업들에도 마찬가지다. 71억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리려는 총성 없는 마케팅 전장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월드컵 바람을 타고 브라질 현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을 통해 제1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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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계기로 주가를 드높이는 것은 기아차뿐이 아니다. 상파울루의 관문 과를료스 공항에서 코린치앙스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현지에서 '삼숭기(Samsung)'로 통하는 삼성의 '갤럭시 S5'를 홍보하는 입간판을 만날 수 있다. 이어 LG전자의 스마트폰 'G2'와 삼성전자의 TV와 세탁기, 현대자동차의 현지 고유모델 'HB20'를 알리는 광고판이 이어진다.

이미 브라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미지가 상승하며 더욱 탄타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올 1ㆍ4분기 브라질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무려 48.1%(매출기준)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쓰는 브라질 국민 2명 중 1명은 삼성 제품을 쓴다는 얘기다. 태블릿(Tablet) 부분에서도 삼성의 점유율은 29.7%에 달한다.

특히 삼성의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 S5'는 현지에서 2,598헤알(약 118만원)이라는 고가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회사원인 타치아나 델가도 양은 "스마트폰 출시 때부터 삼성 제품을 써왔고 지금은 LG 'G2'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며 "성능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할부로라도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이 넘친다. 대학원생이라는 앨런 올리베이라는 "브라질 사람들 사이에서 구글링은 미국 것을 쓰고 스마트폰은 삼성 것을 쓴다는 말이 있다"며 "삼성이 별도의 국적을 갖고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가전시장의 1인자인 LG의 약진도 눈부시다. LG전자의 지난해 LCD TV 시장점유율은 금액 기준 무려 30.5%에 이른다. 전년 대비 5.2%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LG는 최근 스마트폰 'G2'를 앞세워 브라질에서의 매출을 크게 높이고 있다. 브라질 교민인 김연지 씨는 "LG가 'G2'로 대박이 났다"며 "브라질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현대차도 브라질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i30의 축소판격인 현대의 'HB20'는 상파울루 길거리에서 쉽게 눈에 띈다. 상파울루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 중에서 현대 브랜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월드컵 기간을 맞아 대회 로고를 차체에 두른 현대차가 상파울루와 이구아수 거리를 누비고 있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현대의 'HB20'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4만6,208대가 팔렸다. 브라질 전체에서는 VW사의 'GOL(8만440대)', 피아트(FIAT)의 'PALIO(6만8,485대)' 등에 이어 6위다. 'HB20'의 흥행에 힘입어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피아트, VW, GM 등에 이어 판매량으로 5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7.23%에 이른다.

우리나라 상품의 선전은 품질이 좋고 브라질 사람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형기 주브라질 한국 대사관 상무관은 "한국산 제품은 브라질에서 고급 제품이고 인기가 좋다"며 "고가임에도 굉장히 갖고들 싶어하는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최 상무관은 이어 "최근 하나마이크론이 브라질에 세운 반도체 패키징 공장 준공식에 지우마 호세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한국 기업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관심이 높다"며 "브라질 정부는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대기업들의 투자를 계속 받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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