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IT업계 경영난제 수두룩
닷컴 몰락 이후 벤처기업 생존여건 악화
지난해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새 천년의 기대에 부풀어 출발했으나 하반기 들어 참담한 상태로 마쳤다.
닷컴의 추락,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 판정, 반도체 및 텔레콤의 불황기 진입 등이 지난해 IT업계의 결산 성적표다. 장거리전화, 무선전화, 케이블 TV,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겠다는 AT&T의 야심이 결국 4개 부문의 분사로 마감된게 지난해 IT업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도 IT업계는 쉽지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다음은 1일자 뉴욕타임스가 올해 IT업계의 주요 이슈로 꼽은 내용이다.
◇반독점의 칼날이 무뎌질까
큰 것이 아름답다며 너나없이 덩치 불리기에 나서던 정보기술업계의 합병바람은 지난해 미국, 유럽의 독점당국에 의해 상당부분 제동이 걸렸다.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무산되고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조건부로 승인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분할판정까지 받았다.
올해 미국 IT업계는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반독점의 칼날이 무뎌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친기업적인 부시행정부가 연방거래위원회(FTC), 법무부 독점국 등에 보다 유연한 인물을 기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부시행정부가 독점규제가 가장 약했던 레이건 대통령이후 가장 기업적인 행정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 보안의 문제점 해결될까
지난달 말 인터넷 유통업체 에그헤드닷컴이 해킹당한 사건은 인터넷 유통업계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해킹을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용 컴퓨터시장의 경쟁 치열해진다
선마이크로의 기업용 컴퓨터 시장 독주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유닉스의 선마이크로판(版)인 솔라리스는 기업 컴퓨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IBM이 서버시장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을 뿐 휴렛패커드, 컴팩 등 다른 컴퓨터 회사들은 선마이크로의 뒤꽁무니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선마이크로가 97년 이후 울트라스파크 프로세서의 업그레이드형을 내놓지 못하면서 다른 컴퓨터 회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NT 운영시스템을 이용, 기업용 컴퓨터시장에 뛰어들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선마이크로는 울트라스파크 Ⅲ을 지난해부터 소형 컴퓨터에 채용하고 있으나 올 여름까지 본격적으로 이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NT로 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선 인터넷의 꿈이 가능할까
'꿈의 통신'이라는 3세대(3G) 이동통신을 통해 휴대용 인터넷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 통신업체들은 3세대
이동통신시장 진입을 위해 3,000억달러를 쏟아넣을 태세다. 영국의 보다폰, 독일의 도이체 텔레콤 등이 사업면허를 위해 지출한 비용만 이미 1,200억달러를 넘는다. 이 때문에 통신 전문가들은 물론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심지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까지 통신업체들의 재무상태에 대해 경고할 정도다.
하지만 휴대용 TV가 환상으로 끝났듯이 휴대용 인터넷도 일반화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차안에서 휴대용 TV에 시달리는 것보다 집에서 대형 TV 시청을 선호하듯, 휴대폰으로 하는 인터넷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주머니속의 인터넷은 청소년이나 호사가들의 장난감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다.
◇벤처의 생존전략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만 있으면 자금이 몰려들던 벤처 파티는 막을 내렸다. 지난해의 닷컴 몰락이후 허리띠를 졸라매 생존에 주력하는 벤처기업만이 장래를 기약할 수 있다.
타임스는 이밖에 냅스터와 음반업계가 저작권 논쟁을 마무리하고 인터넷을 통한 음반유통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낼지, 마이크로소프트가 PC에서 벗어나 인터넷의 운영체계를 지배하는데 성공할지도 올해의 최대 이슈라고 선정했다.
뉴욕=이세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