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된 수도권 공공택지 중 절반 이상이 미분양되면서 정부의 장기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수도권 30만가구를 포함, 전국에서 50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주택공급계획이 시작단계부터 어긋날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이는 가장 믿을 만한 주택공급 방안인 공공택지개발사업이 삐걱거리면 공급 물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29개필지 133만㎡ 미분양=1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천 영종, 양주 옥정, 고양 삼송 등 수도권 7개 지역 공동주택지 29개 필지 약 133만㎡에 달하는 부지가 분양되지 못했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전체 수도권 공동주택지 분양 물량 가운데 60%에 달하는 규모”라며 “지방이 아닌 수도권 필지 미분양은 예전 같으면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규모는 작지만 주택공사가 분양하는 수도권 공공택지도 올해 파주ㆍ오산 등 2개 지역에서 6개 필지가 미분양됐다. ◇업체들 “사업성 없다” 입찰 안 해=수도권 공공 택지마저 ‘찬밥 신세’가 된 이유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금융권에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민간업체들이 사업 자체를 벌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분양가상한제, 양도세 거주요건 강화 등의 규제로 공공택지 사업은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건설사 외주본부장은 “기존에 공공 택지를 분양 받은 업체들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돼 토지 중도금을 못 내고, 사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은 자꾸 도심으로 집중되는데 수도권 외곽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 차질 불가피=문제는 이 같은 공공택지의 잇따른 미분양이 정부가 약속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에 연 30만 가구씩 10년간 3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80만 가구가 2기 신도시 등 도시 외곽 택지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그러나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들은 현재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보통 공공택지는 분양된 후 완공까지 약 4~5년이 걸린다고 보면 되는데 향후 4~5년 후에는 주택 공급 확대는커녕 오히려 주택 공급난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토지 분양 실적은 주택공급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은 앞으로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빚을 수 있음을 미리 예고해 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장담한 수도권 공급 확대 정책이 공수표가 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