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은행들이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은행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돈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독당국은 대출의 급격한 증가만큼이나 급감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만큼 ‘소프트 랜딩’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데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올 하반기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양동호 국민은행 자금부장은 “경제성장률에 인플레이션ㆍ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정도로 자산을 늘릴 계획”이라며 “경기여건을 감안하면 대출이 줄고 자금조달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재무담당자는 “대기업 대출의 80%가 상반기에 이뤄져 하반기에는 20%만 남았다”며 “올해 자산성장 목표는 맞추겠지만 대출을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리스크ㆍ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고객들도 신규 대출을 받기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최근 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9%대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최저 금리도 7~8%대로 6개월도 안 돼 2~3%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조달여건도 좋지 않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펀드 판매가 늘면서 요구불예금은 줄었고 은행채ㆍCD 발행 여건도 좋지 않다”며 “오는 21일부터 은행채 발행을 금융감독원에 사전 신고해야 하는 만큼 정착 때까지는 발행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감독당국은 대출증가보다는 급격한 대출회수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최근 “신용 리스크 관리를 무차별적인 여신회수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며 “일시적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여신을 회수하는 것은 좋은 사업기회를 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은행들이 대출을 갑자기 늘리거나 줄이면 시장의 충격이 크다”며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면 자금운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소프트 랜딩이 가능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