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 정책의 핵심은 경영권 안정

대기업정책을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정책대상자인 대기업의 총수들과의 개별 회동을 통해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재계의 입장을 듣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주로 독과점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위 정책의 내용 및 변화는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기업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회동에서 강철규 공정위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개혁 로드맵 3개년 계획’의 취지를 설명하고 대기업 총수들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건의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회동에서 오간 내용은 대개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기업사정을 감안해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 안정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 적대적 M&A 가능성에 대한 방어능력이 취약한 현실을 감안해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비롯한 시장개혁 속도를 조절하거나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기업들이 정부의 시장개혁, 구체적으로 대기업정책과 관련해 느끼는 최대 애로 사항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많아야 5%를 넘지 않는다. 정부의 기업공개와 소유분산 정책으로 소유분산이 그만큼 잘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난번 SK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 대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크게 높아지면서 적대적 M&A에 취약해졌다는 사실이다. 국내 대부분의 우량기업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60~7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규모가 50조원에 이르는 국내 4위의 SK그룹이 1,700억원 규모에 불과한 외국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위협 받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138조원이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모두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고 82조원이면 10대그룹의 상장회사를 전부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와있다. 외국 투자회사들의 자금운용 규모가 1,000조~2,000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적대적 M&A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적대적 M&A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살이다. 그러나 대기업 정책으로 대기업의 경영권 불안이 가중된다면 해당기업이나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관심사인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열금융사의 의결권제한 등 주요 정책을 기업현실에 맞게 조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인은 경영권 불안이 없어야 투자를 비롯한 기업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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