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용지업체들이 국제 펄프가격과 유가 및 전력비용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인쇄용지 제조원가의 3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 펄프(Hard pulp) 가격의 경우 지난해 평균 655달러로 강보합세를 유지하다 올 들어 700달러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펄프가격의 인상 추이는 해외 메이저 펄프업체들이 조업을 단축해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맞물려 미국과 중국 등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펄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펄프값 고공행진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함께 장치산업인 인쇄용지 업계에서는 원부재료 가격 뿐만 아니라 종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만만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유가(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 6월만 해도 배럴당 94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현재 배럴당 11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전력 요금 역시 2011년 8월 이후 지금까지 4번이나 인상되는 등 제조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쇄용지를 생산할 때 원부재료와 에너지 비용 등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어서 최근 펄프가격과 유가 상승, 전력요금 인상으로 인해 한솔제지를 비롯해 무림페이퍼, 한국제지 등 주요 인쇄용지 3사가 2월 들어 적자가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조원가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종이가격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제지업계들의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한 제지업체의 경우 2003년 인쇄용지 가격이 톤당 평균 91만원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톤당 97만원으로 10년 간 불과 6% 남짓 오른 것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펄프가격은 톤당 466달러에서 655달러로, 40%의 상승했고, 유가의 경우 두바이유 가격 기준으로 배럴당 27달러에서 109달러로 307%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종이 가격은 10년 전과 지금이나 거의 똑같다고 할 정도로 변함이 없는 반면 원부재료나 에너지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제지업체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원가 절감과 혁신활동 등의 노력으로 근근히 버텨오긴 했으나, 향후 제품 가격인상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없으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