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오전 고3 교실.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예년에 비해 수험생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수능의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학생들은 물론 진학지도를 해야 할 교사들의 한숨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9시30분부터 성적표를 배부한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의 한 3학년 교실. 선생님이 성적표를 가지고 교실로 들어서자 삼삼오오 모여 배치표를 살피던 학생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선생님이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학생들은 긴장한 채 앞으로 나와 성적표를 받았고 성적표에 적힌 결과는 학생들의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상보다 영역별 등급이 높게 나왔다는 최지선(19)양은 "일부 영역이 쉽게 출제돼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행히 등급이 높게 나왔다"며 "평소 진학하고 싶었던 학과에 소신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부 학생은 성적표를 받아 들자마자 친구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거나 짐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갔다. 정모(19)양은 "가채점을 한 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당장 재수학원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울먹였다.
한편 3학년 진학담당 교사들은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변별력이 약해진 수능 탓에 만점자 수가 크게 느는 등 상위권층이 두터워진 반면 전체 정시모집 인원은 줄어들어 상위권은 물론 중상위권 학생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태준 배화여고 교사는 "변별력이 워낙 없던 수능이다 보니 진학상담이 걱정된다"며 "어느 때보다 눈치작전이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상수 경복고 교사도 "특수목적고 재수생들이 시험을 아주 잘 봤다는 정보가 있어 재학생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위권 재수생이 대거 하향 지원하면서 적지않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선 학교의 진학지도에 혼선이 예상되면서 일부 학부모는 사설 입시학원의 입시컨설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진모(52ㆍ여)씨는 "아들이 중상위권 성적인데 이 성적대가 가장 지원 전략을 짜기에 애매한 것 같다"며 "사설학원에서 컨설팅을 받은 뒤 정시 지원이든 재수든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