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재벌기업센터'

- 이기형 정경부기자『내부거래는 나쁜 것이 아니다→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내부거래를 통해 만들어졌다→내부거래를 막으면 앞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태어날 수 없다.』 전경련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지난달 28~30일 국내 언론인 2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경제특강에서 한 강사는 이같은 삼단논법을 펴며 열변을 토했다. 강의는 더 기세를 돋운다. 『기업을 망하게 하든 흥하게 하든 그것은 기업가의 마음이다. 정부가 왜 여기에 간여하는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경쟁력없는 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키면 그 뿐이다.』 이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교한 이론을 떠나 그냥 이치만 따져도 수긍하기 어렵다. 내부거래는 적자기업의 퇴출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한 기업이 적자가 나더라도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이자를 꼬박꼬박 낼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이자 잘 내는 회사를 퇴출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유기업센터는 이번 특강에 현직 대학교수등 10여명을 내세웠다. 강사들은 하나같이 해외에서 경제학·경영학 박사를 받은 실력자들이었다. 그렇지만 강의 내용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느낌이다. 한 교수는 자본주의란 그냥 돈버는 것일뿐 「자본주의 정신」이란 실체는 없다고 주장했다. 재벌이 급식산업에 진출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이 있었고, 재벌의 이(異)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나왔다. 소액주주권은 오히려 부작용만 크다는 반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재벌을 해체하면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된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자유기업센터는 창립후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을 강조해 온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재벌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없애기만 하면 시장경제는 저절로 정착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기업센터의 한 간부는 『좋은 리포트를 내려면 전경련 자금을 받지않는 게 바람직할지 모르겠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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