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NPL)비율 21.2%, 연체율 20.4%, 당기순손실 237억원. 88개 저축은행의 지난 3월 말 현재 성적표이자 업계가 처한 고난의 현실이다.
하지만 진흙 속에도 진주는 있는 법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올 들어 5월까지 순이익이 50억원을 넘어섰다. 지주 계열 중 유일 흑자로, 올 순이익이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세는 계열사의 고전 속에서 더욱 빛난다. 그룹 내 하나생명·하나자산신탁·하나SK카드 등보다 순이익이 높다.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7.12%로 1년 전보다 16.21%포인트나 급감하며 건전성이 강화됐다. 예대비율은 86.66%에서 99.05%로 올리며 영업 기반을 닦았다. 이에 총자산은 1조6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총여신은 8,725억원으로 27% 수직 상승했다.
자신감을 얻자 최근엔 신입사원 6명을 공채로 뽑았다. 저축은행들이 신규 고용 없이 경력직만 채용하는 데 그치는 것과 정반대다.
그럼 왜 이렇게 잘나갈까. 업계에서는 부실 저축은행(제일2·에이스·한국) 인수 후 직원 교육과 고객 편의에 경영 방점을 찍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특히 전 직원에 방카슈랑스 판매를 위한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하게 한 것이 눈에 띈다.
하나·외환은행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면제해 시너지를 발현했다. 최근에는 경쟁 저축은행의 대표까지 나서 경영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재호(사진) 하나저축은행 대표 특유의 '디테일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은행 출신인 박 대표는 하나은행에서 가계영업과 리테일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서민금융 노하우를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