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거시 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 2ㆍ4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3년간 경기 부진의 원인이었던 기업 부문의 투자가 지난 분기부터 완연하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도 하반기들어 안정세로 들어섰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31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4%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한 1.6%보다 높게 나왔다. 1ㆍ4분기 성장률은 1.4%였다.
미국의 2ㆍ4분기 GDP가 예상보다 이처럼 좋게 나온 것은 이라크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국방비가 급증, 정부 부문의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ㆍ4분기에 미국의 국방비는 전년동기대비 44% 증가했는데, 이는 1951년 한국 전쟁 이래 가장 높은 증가률이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쟁이라는 특수성 이외에도 지난분기 미국 경제가 개선된 대목을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 우선 미국 경제 회복의 관건으로 파악돼온 기업 투자가 2ㆍ4분기에 6.6% 증가, 경기가 꺾어지던 2000년 2ㆍ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특히 경기 회복시 가장 먼저 성장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투자는 7.5% 증가했다. 게다가 산업 부문의 재고가 급감했다. 전쟁이 끝난 후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형성됐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산업부문의 수요가 창출됐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기업 투자가 6월 이후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을 뒷바침한 것이다. 미국 공업밀집지역인 시카고 지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지수도 6월 52.5에서 7월엔 55.9로 개선됐다. PMI 지수는 50 이상일 경우 경기확장을 의미하는데, 미국 중부 제조업 지대에서 경기 확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실업률 증가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던 소비도 2ㆍ4분기에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이 조기 종결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 시장은 주간단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지난 주 3,000명이 줄어 38만8,000명으로 심리적 기준선인 4만 이하로 떨어졌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6월을 고비로 고용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2ㆍ4분기 성장률은 9ㆍ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 직후인 2002년 1ㆍ4분기에 5% 성장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2분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3% 이하에 맴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고용시장에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려면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시장 금리의 척도인 미국 국채(TB) 금리가 급상승,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 및 부채 상환에 부담을 주고 있다. 10년만기 TB 수익률은 최근 한달 사이에 3.15%에서 4.4%로 1.25% 포인트 급등했다. FRB가 단기 금리를 40년만에 최저 수준인 1%로 인하하고, 추가 인하를 시사하고 있지만,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들어서 3.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4ㆍ4분기에 4%의 성장을 달성해 신규 고용이 이뤄져 실업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