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기자회견으로 본 이건호 행장 향후 행보

"전산문제 제기는 세월호 출항 막은 것" 재신임 카드로 정면돌파

"떳떳하지 않은 사람 문제 피해" 임회장 측에 우회적 불만 표출

이사회 곧 이 행장 거취 결정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여의도 본점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둘러싼 KB 내분 사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의 징계 수위를 좀처럼 확정 짓지 못하는 가운데 이 행장이 임 회장 측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국민은행 이사회에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현재 은행 이사회는 이 행장과 대척 관계인 사외이사들이 주축으로 돼 있어 이 행장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금감원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데다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앞둔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 사건의 고발 당사자인 이 행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막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행장은 자신의 직을 걸고서라도 행장으로서 은행 경영의 주도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KB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이 행장의 행보가 압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은 1일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이사회에 묻겠다고 밝히면서도 시종일관 주전산기 교체 문제 제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전산기 교체 문제가 '사실상 범죄 행위'였으며 자신의 양심에 비춰서 부끄러운 점이 한치도 없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하루 처리 건수가 1억건이 넘는 국민은행 전산시스템이 만에 하나 망가지면 국민은행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며 "(주전산기 교체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내부 감사보고서를 보는 순간 이걸 내가 은행장직을 걸고 밝히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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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장은 그의 과도한 '원칙주의'가 KB와 금융권의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맞섰다.

그는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주변에서 세월호 정국으로 안 그래도 어수선한데 왜 이런 사단을 만드느냐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역으로 생각하면 세월호 같은 사고가 왜 생겼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는 "만약 어느 누가 그날 출항하기 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걸 자기의 직을 걸고 출항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 발목을 잡았다고 비난할 것이냐"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 회장에 대한 비판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행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고발장에 인사 등에 있어 임 회장의 강압이 있었다고 적시한 바 있다. 둘의 갈등이 문서를 통해 표면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 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종 고발장에는 임 회장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은 잘못한 것을 바로잡으려 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일만 정리되고 다행히 회장님과 남은 임기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둘이 다시 화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KB금융 템플스테이 과정에서 내홍에 대해 "취지에 맞지 않게 진행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잠자리 문제 때문에 다투는 어린애는 아니다"라며 "와전된 얘기"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는 KB지주와 임 회장 측에 대해 우회적인 불만의 뜻은 나타냈다. 이 행장은 "떳떳한 사람은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사람은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떳떳한 사람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사람은 문제를 피해 가려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인신공격을 주도하는 KB지주 측을 겨냥한 것이다. 이 행장이 재신임을 요구했지만 은행 이사회가 이 문제를 결론 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재신임을 용인할 경우 KB지주와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이 행장의 압박에 밀리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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