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 수도권 소비자엔 '그림의 떡'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의무화등 기준 엄격수입·국내차등 기준 충족못해 시판 자체 불투명일부업체 "채산성 안맞아 출시 1~2년 늦출것"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혼다어코드 하이브리드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하이브리드카 시판돼도 수도권에서는 못 산다(?)’
올 가을부터 국내에도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본격 개막되지만 정작 수도권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엔진(휘발유)과 전기모터의 2개 심장을 갖춰 연료절감 효과가 높고 환경오염은 적어 ‘꿈의 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환경부가 내년부터 수도권 대기오염을 낮춘다는 이유로 한층 엄격한 환경규제를 적용하면서 시판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부 업체들은 채산성 문제까지 겹쳐 출시일정을 아예 1~2년씩 늦출 계획이어서 이래저래 소비자들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하이브리드카의 일반 시판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한국토요타. 이 회사는 가솔린엔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330’에 전기모터를 하나 더 얹어 하이브리드카로 만든 ‘RX400h’를 오는 9월 하순께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혼다코리아 역시 기존의 중형세단 ‘어코드’에 전기모터를 추가로 탑재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를 이르면 연내에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산차 업체들 역시 이에 뒤질세라 이르면 연말께 하이브리드카 일반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정부의 시범보급 정책에 힘입어 관급으로 납품해왔던 준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베르나’를 11~12월 중 일반인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자동차업체의 야심찬 마케팅 전략은 예상치 못한 환경부의 규제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환경부가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를 의무화한다는 점이다. OBD는 자동차 이상으로 배출가스가 정부의 허용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 정비를 받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2종 저공해차’로 묶여 배출가스 기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한 잣대로 매겨진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하이브리드카의 OBD는 매연 저감장치인 산화촉매장치가 이상 작동을 할 경우 배출가스 총량이 정상시의 1.5배나 1.75배 이하일 경우에 한해 경고음을 알려주도록 정해진다. 그러나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중에서도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차종은 현재까지 개발된 것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카가 연내에 일반인에게 시판되더라도 OBD의 100% 장착이 의무화되는 내년부터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기준에 맞는 OBD가 없어 수도권에서는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만 해도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산화촉매장치 고장시 배출가스 상한선을 정상시의 2.5배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 규정은 이보다 크게 낮아 현재의 기술로서는 맞추기 어렵다”며 “최대 시장인 수도권 시판이 어렵다는 것은 결국 시판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더구나 국산차업체들의 경우 하이브리드카의 양산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할 것마저 우려돼 결국 연말로 계획했던 하이브리드카의 일반 판매를 1~2년가량 늦춘다는 방침을 세우게 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자동차 엔진에 고가의 전기모터를 포함한 관련 부품들이 추가로 들어가게 돼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아직 연비개선 효과가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아 일반 승용차보다 판매가격을 높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용은 더 들어가는데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 당연히 채산성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는 환경오염을 막고 소비자들의 연료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실제로 구매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정부가 자동차산업 육성 차원에서 관련 규제 완화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입력시간 : 2006/08/29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