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황유천 후지제록스 페이저프린팅코리아 사장

2년만에 매출 2배일군 '뚝심 CEO'후지제록스 PPK의 컬러 레이저프린터는 업계 최고인 분당 16장을 뿜어낸다. 후지제록스 PPK의 매출 신장속도도 이에 못지 않다. 99년 60억원에서 지난해 130억원으로 2년만에 매출액이 두배로 뛰었다. 이달초에는 국내 최대의 생명보험회사 삼성생명과 컬러 레이저프린터 1,700대 납품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매출 200억원을 자신한다. 후지제록스 PPK의 이 같은 기세는 황유천(41) 사장의 뚝심에서 나오고 있다. 황 사장은 지난 99년말 후지제록스 PPK의 경영을 책임진 후 특유의 돌파력과 현지화 전략으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한국의 기업환경과 영업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외국기업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M사와 컴퓨터회사 D사 등이 국내에 들어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바로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황 사장의 1단계 경영모토는 현지화. 그는 유통망 확보를 현지화 성공의 첫단추로 여긴다. 특히 가전제품이나 사무자동화기기의 경우 수십년 관록의 기존 유통망을 뚫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보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어음과 담보라는 독특한 방식의 대리점 유통체제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해가 안되다보니 어음을 거부하고 현금결제만을 요구하게 됩니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또 시장상황과 잘 맞지 않는 상품을 대리점이 취급해주길 강요해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그가 경영을 맡고나서 후지제록스 PPK는 지난 2년여동안 전국 각지에 100여개의 대리점망을 구축했다. 황사장은 프린터 업계에선 내로라하는 전문가. 그의 경력에는 삼보컴퓨터, 모토롤라등 컴퓨터ㆍ프린터 관련 전문업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올라가 있다. 그가 후지제록스 PPK를 맡은 것은 99년10월. 후지제록스가 프린터 경쟁사인 텍트로닉스의 컬러 프린터사업을 인수하면서 한국법인의 프린터 담당임원이던 황사장을 함께 스카우트했다. 황사장이 일궈낸 최근 2년간의 성과는 오랜 기간 형성된 대리점주들과의 돈독한 인간관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후지제록스 PPK는 현재 후지제록스의 아시아 현지법인 전체에서 1인당 매출실적이 가장 높다. "간부들은 일이 많건 적던 부하직원 수를 늘리려는 속성이 강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하기보다 도장찍기를 더 원합니다. 조직이 관료화되면 될수록 1인당 생산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는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해 프린터시장에는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PPK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어요.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최우선인데 외형 확대에 매달린다는 것이 무의미해 보였거든요." 황 사장은 올해 PPK가 컬러 레이저프린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 성능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데다 달러환율(원화가치 하락) 변화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서 소비자들을 돕고, 장사 잘해서 세금 많이 내고, 고용창출해서 실업자를 한명이라도 구제하면 좋은 기업이라고 믿고 있다"는 황 사장은 "전에도 그?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소신이 있다"고 살짝 귀띰했다. ■원포인트 스피치 "임직원 모두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고 있어야 맡은 일도 잘 하고 회사에 애착이 생깁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조직은 창의적인 발전이 없습니다." 황사장은 모든 경영정보를 임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는 회사 형편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함께 고민할 때 우리 회사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군대식 상명하달 조직은 기업에 안 맞습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권위를 없애 활발하게 상하좌우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넘쳐 흐르는 회사야말로 PPK가 지향하는 기업상입니다." ■ 라이프 스토리 84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86~95년까지 10년간 삼보컴퓨터에서 근무했다. 95년 모토롤라코리아, 98년 한국텍트로닉스에서 일하며 컬러프린터 사업부 이사를 맡았다. 99년말 텍트로닉스 컬러프린터 사업이 후지제록스에 인수되자 후지제록스 PPK 초대 지사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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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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