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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품 관광] <1> 명품고택에서 하룻밤-안동 화경당 북촌댁

시간을 거슬러 조선 문향속으로… 선비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다

국가지정문화재이며 중요민속문화재 84호인 북촌댁의 전경. 대지 1,700평 위에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사대부가로 하회마을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큰사랑인 북촌유거의 누마루. 류씨 선조들의 과거 급제 홍패와 교지 등이 걸려 있다.

화경당 중간 사랑방. 특별한 장식 없는 소박한 방이지만 정갈한 분위기와 기품이 서려 있다.

북촌댁에서 맛볼 수 있는 12첩 아침상.


전통한옥 나무가 썩지 않는 놀라운 비밀
"아궁이 장작불 연기 덕분에 나무 안 썩고 벌레 안 먹어"[한국 명품 관광] 명품고택에서 하룻밤-안동 화경당 북촌댁시간을 거슬러 조선 문향속으로… 선비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국가지정문화재이며 중요민속문화재 84호인 북촌댁의 전경. 대지 1,700평 위에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사대부가로 하회마을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큰사랑인 북촌유거의 누마루. 류씨 선조들의 과거 급제 홍패와 교지 등이 걸려 있다.







화경당 중간 사랑방. 특별한 장식 없는 소박한 방이지만 정갈한 분위기와 기품이 서려 있다.







북촌댁에서 맛볼 수 있는 12첩 아침상.










1700평에 안채·사랑채·사당… 하회마을서 가장 큰 사대부가큰 사랑 북촌유거에 앉으면 마을 풍광·낙동강·남산 한눈에"한국 전통의 美 보고싶다" 영국·일본서 숙박 예약 전화도

시리즈를 시작하며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 수는 2011년보다 13.5% 증가한 1,115만명. 관광수입도 2011년 대비 13.7% 증가한 14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 적자 폭도 31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두터워진 중국 중산층이 해외로 쏟아져나온 데 따른 반사이익이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한국 관광의 긍정적 전환이 시작되는 변곡점을 찍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국내 관광의 질적 개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덤핑 관광, 바가지 쇼핑 등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가 많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부유한 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갈 수 있는 고급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길거리 구경을 하고 싸구려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실망한 채 돌아가는 인바운드 여행보다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관광 아이템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외국에 비해 경쟁력과 잠재력이 있는 우리만의 관광 아이템을 발굴ㆍ정리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전통 한옥에서 숙박을 하는 고택체험 이야기다.

명품고택에서의 하룻밤 - 안동 화경당

◇화경당 북촌댁="나는 손님들에게 하룻밤 묵는 객실을 파는 게 아닙니다. 손님들에게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소개하는 겁니다. 어떤 이들은 저더러 숙박비를 내리면 더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어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진 않을 겁니다."

화경당 북촌댁을 지키고 있는 건립자의 9대손 류세호씨의 변이다.

"우리 집은 화장실도 밖에 있고 난방도 군불로 합니다.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불편함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편리하고 화려한 호텔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안락한 하룻밤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호텔에 가서 주무시면 됩니다. 저는 그런 분들보다 문화에 목마른 사람들을 받고 싶습니다."

아직도 그렇게 옛것을 고집하고 있는 북촌댁은 정조 21년인 1797년 류사춘이 작은 사랑과 좌우 익랑을 건립했다. 안채 큰사랑 대문간 사당은 경상도 도사(관찰사를 보좌ㆍ견제하는 자리)를 지낸 증손 류도성이 철종 13년인 1862년에 지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고 있다. 대지 1,700평 위에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사대부가로 하회마을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큰 사랑인 북촌유거(北村幽居)는 집안의 웃어른인 할아버지가 거주하던 사랑으로 누마루에 앉으면 하회마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 동쪽으로는 하회의 주산인 화산이 마주하며 북쪽으로는 부용대와 낙동강을, 남쪽으로는 남산과 병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중간 사랑인 화경당(和敬堂)은 경제권을 가진 바깥주인이 기거하던 방이다. 화경당의 의미는 가족과 친족 간에 화목하고 임금과 어른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석봉 한호의 글씨체를 채자해 편액을 만들었다.

수신와(須愼窩)는 손자가 기거하던 곳으로 사랑 중 가장 작다. 수신와의 현판에는 어릴 때부터 어렵게 사는 이웃을 생각하라는 집안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안주인이 기거하던 안채는 평면상으로는 사랑채와 하나로 연속돼 있으면서 2층 구조로 돼 있다. 단일 건물로는 우리나라 민가 중 가장 크며 안주인이 타던 가마와 사인교까지 깨끗하게 보존돼 있다.

화경당 북촌댁의 건립자 9대손 류세호씨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6년 전 은퇴해 북촌댁을 지키고 있다. 분당에 자택이 있는 그는 직접 북촌댁을 돌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리인에게 맡겼더니 집이 하루가 다르게 퇴락하더라"며 "내 집도 위하고 문화도 알릴 겸 일을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욕심이 나서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류씨는 이와 관련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명품 고택을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데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1억5,000만원이라는 적잖은 돈을 지원받아 한옥에 보일러를 설치하고 방안에 수세식 변기, 욕실을 설치하면 50년, 100년 후에는 한옥다운 한옥이 몇 채나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분별한 개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촌댁도 현대화한 것이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하지만 화장실은 밖에 본채에서 떨어져 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밖에서 씻고 마당을 건너 오자니 추위가 옷깃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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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는 "북촌댁을 방문한 영국인 부부는 다른 손님들이 많이 오면 집이 훼손될까 봐 두렵다는 말을 하더라"며 "우리가 이 집에서 묵는 마지막 손님이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이렇게 고택들이 모여 있으면 군집효과가 나타난다. 고택 체험이 잘돼야 하는데 어느 집에서는 술병까지 나뒹군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촌댁의 고집과 정신=류씨는 북촌댁의 난방을 아궁이 불로 한다. 장작에서 나는 연기가 집을 훈연해야 나무가 썩지 않고 벌레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서서 하는 대걸레질도 이 집에서는 하지 않는다. 꼭 사람을 사서 엎드려 닦게 한다. 북촌댁 안에서는 취식도 하지 않고 식사 대접은 별도의 행랑채에서만 한다. 집에서 음식을 차리고 식사를 하면 냄새가 배어 집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류씨의 고집 때문이다.

솟을대문 위에 쌀가마니가 눈에 띄어 이유를 물었더니 "피가 담긴 가마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류씨는 피가마니를 대문 위에 올려 놓은 이유에 대해 "피밥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근신하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배려와 근신은 한국에도 서양 못지않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제로 이 같은 정신은 류씨 가문을 멸문의 위기로부터 구해낸 적이 있다.

동학난이 일자 동학군들은 양반의 집을 습격해 소작농의 고혈을 짜먹던 지주들을 처단해나갔다. 하회마을에도 동학군이 밀어닥쳤다. 하지만 류씨 집안에 들이닥친 동학군들은 "류씨 댁의 배려로 수많은 소작들이 춘궁기를 버텨내고 살아날 수 있었다"며 감사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다른 지주들은 소작농들이 산출하는 곡물의 6할을 소작료로 거둬들이는 데 비해 류씨 집안은 평년에는 5할, 흉년이 들면 4할만 받았기 때문이다.

◇북촌댁 체험=류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영국에서 숙박을 예약하는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외국에서 예약전화가 심심찮게 오는 이유는 그동안 외국 기자들이 취재를 와서 여러 차례 기사가 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많은 편인데 개중에는 계절에 맞춰 네 차례나 찾아온 사람도 있을 정도다.

북촌댁에서 숙박을 하면 아침에 일어나 8시에 식사를 하고 영상물을 본 후 한 시간 동안 류씨의 안내를 받아 집안을 둘러볼 수 있다.

방값은 2인실이 20만원, 3인실이 40만원, 8인실의 경우 4명이 잘 경우 100만원이며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10만원씩 더 내야 한다.

10월과 여름휴가, 4~5월에는 예약이 밀리는 편인데 성수기에는 월 200명 정도가 찾는다. 류씨는 "지난해 투숙객 중 60%가 일본 관광객이었는데 엔저와 독도 관련한 영토 문제가 불거진 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안동=글ㆍ사진


여행수첩

▲가는길

▲승용차: 서울-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안동(소요시간 2시간30분)

▲열차편: 청량리역-안동역(소요시간 3시간30분) 한국철도공사 1544-7788

▲버스편: 동서울터미널-안동(소요시간 3시간) ARS (02)446-8000

▲관광안내

▲안동관광정보센터 (054)856-3013

▲하회마을관리사무소(054)854-3669

▲안동시청홈페이지 www.andong.go.kr

▲안동관광정보 www.tourandong.com

▲주변볼거리

부용대, 양진당(풍산 류씨 대종가), 만송정 송림, 충효당(서애 류성룡의 종택), 하회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 병산서원

















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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