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非OECD펀드는 안돼" 이상한 자본시장법


이상한 자본시장법 ‘그리스의 운용사가 만든 펀드는 국내 판매가 가능하지만 대만 운용사가 만든 펀드는 안된다?’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만든 법령 가운데 일부가 오히려 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수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아닌 국가의 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는 국내에서 직접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조항은 외국 집합투자증권(펀드) 판매적격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301조 2항이다. 이 조항에는 판매 요건으로 ‘OECD에 가입돼 있는 국가 또는 홍콩ㆍ싱가포르의 법률에 따라 발행됐거나 발행이 예정된 펀드’라고 명시돼 있다. 즉 OECD 국가 또는 홍콩ㆍ싱가포르의 운용사가 만든 펀드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판매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 운용사가 비 OECD 국가의 운용사가 만든 펀드를 재간접펀드의 형태로 넣어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펀드 내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판매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펀드 판매 기준으로 OECD국가를 금과옥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운용사는 우리나라에 펀드를 팔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대만 등 펀드가 발달한 국가들의 판매는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위험이 큰 국가의 펀드라면 국내 증권사들이 알아서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하지만 판매사인 증권사ㆍ은행이 이를 팔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처럼 불합리한 조항 때문에 한국거래소의 국제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4월 대만 그레타이거래소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국내 규정 때문에 정작 대만 운용사가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상장시킬 수 없어 머쓱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이 조항 때문에 대만ㆍ태국 등 비 OECD 국가의 자산운용사와 협력을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과정에서 해당 조항의 수정을 금융위에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법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넣어 융통성 있게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OECD가 아닌 국가여도 금융위원회가 판단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국가ㆍ상품은 국내 판매가 가능하도록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의 관계자는 “OECD 국가에서 만든 펀드라면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업계의 요구가 있다면 수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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