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총리 내정·청와대 개편] "국정 주요 책임자 매주 소집… 현안 점검하고 방향 따질 것"

■ 새 총리에 이완구<br>디플레 오면 누가 책임지나… 여야 경제살리기 힘모아야<br>기업인 가석방 여론 안좋아, 당장 현실화 되긴 힘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국무총리 내정자인 이완구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총리를 당에서 발탁해주신 데 대해 굉장히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호재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는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에 빠지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여야 모두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23일과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내가 미국이나 일본 등을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지금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다"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은 가계가 저축도 많이 하고 자산도 많은데 우리는 디플레이션으로 가면 정말 어렵다"며 "정치권에서 나라 경제가 위험한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관광진흥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에 대해서도 "당내 강경파 때문에 못한다고만 하지 말고 나라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뒤 집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 1970년대 경제기획원에서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짜고 산아제한정책을 입안했던 경험, 미국과 일본에서 근무한 경험 등을 소개하며 "1989년 미국에서 영사로 있을 때 하와이를 가보니 70%가 일본에서 샀던데 일본이 버블이 깨지면서 다 토해냈다"며 "그게 '잃어버린 20년'의 시초인데 그때는 일본에서 아무도 저벅저벅 걸어오는 암울한 상황을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확실한 세계 1위 제품이 50여개에 달할 정도로 우리와 경제구조와 체질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데 우리는 만약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 큰 문제라고 거듭 우려했다. 이 내정자는 "우리 소비자물가지수가 0%대(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이고 출산율도 1.17명으로 세계 최하위로 떨어졌으며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와 20~25년 차이 나는 점 등을 볼 때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1999년 국회 공적자금진상조사위원장으로 일할 때 대우 등이 무너져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지금도 디플레이션이라는, 잘못하면 다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그림자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야당이 요구하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나도 5년 단임제의 문제를 잘 알고 개인적으로는 개헌이 되기를 바라지만 나라가 물에 빠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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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정자는 기업인들의 가석방에 대해서는 "SK나 CJ가 (주요 의사결정이) 전혀 안 된다고 하더라. 책임지라고 할까봐 눈치만 보고 있고, 오너 중심체제니까"라면서도 "여론이 좋지 않아 지금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경제살리기 등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책임총리로서의 의지도 나타냈다. 이 내정자는 "국정원장이나 부총리 등 핵심적인 분들을 매주 소집해 주요 이슈를 점검하고 방향을 따질 것"이라며 "각 부처 차관들도 전부 한달에 한번은 소환해 (현안을) 짚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 안 듣는 장·차관은 본보기 식으로 1~2명 날리게 되면 공직기강이 바로잡히지 않겠느냐"며 헌법상 총리에게 보장된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행사할 뜻임을 시사했다.

이 내정자는 또 박 대통령의 순장조로서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뒤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필요하다.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이날 "무너진 국가기강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따라 경제살리기 등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과제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며 "공직자가 소통에 앞장서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공직기강이 바로 서지 않고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또 "총리가 된다면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언론이든 수시로 만나 국정을 조율하고 홍보하겠다"며 소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언론과의 소통확대와 관련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에 언론이 포함된 것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하며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내정자는 "심지어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남편 사무실에 찾아가 부부와 같이 담소를 나누며 협조를 요청했고 야당 원내대표 방에 수시로 가서 짜장면도 먹고 소통했다"며 소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난마처럼 얽힌 세월호 참사 이슈를 여야 간에 잘 협상했던 점과 함께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호흡을 잘 맞췄던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이 내정자는 "집사람은 총리에 반대했는데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설득했다"며 일부 부담감을 나타내면서도 "야당에서 저의 진정성과 겸손함, 소통 의지를 많이 평가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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