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생의 길 찾아 나선 기업과 농업

경제단체와 농민단체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간담회를 가진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두 단체가 실무공동위원회를 구성, 경제계와 농업계의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키로 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앞으로 1사(社) 1촌(村) 자매결연, 국산 농산물 애용 등의 공동사업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ㆍ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4단체 대표와 서정의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농민단체 대표 6명은 4일 프레스센터에서 한ㆍ칠레 FTA 비준을 위한 첫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날 모임은 지난 7월 국회에 제출된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농민단체 등의 반대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재계가 국회 비준에 대한 농민단체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한ㆍ칠레 FTA 비준은 우리가 여러 차례 강조해왔듯이 조속한 시일내에 처리돼야 한다. 우리의 첫 FTA여서 상징성이 높은 데다, 이의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도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칠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유럽연합(EU) 제품으로 급속히 대체되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 2월 칠레ㆍEU간 FTA가 체결된 후 4개월간 칠레의 총수입액 55억달러 중 3,000만달러가 EU로 수입선이 전환됐으며, 이중 한국산의 수입 감소액이 94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ㆍ휴대전화 등의 경우 칠레가 EU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3배나 증가하면서 한국산 제품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칠레 등이 참여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이 오는 2005년 발효되면 피해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ㆍ칠레 FTA에 협상에서 사과와 배를 자유화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한 데다, 계절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농업 분야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가 앞으로 계속 다른 나라들과 FTA를 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차제에 농업 및 농촌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을 만드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예산제약 등으로 인해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FTA의 수혜자인 기업측이 농업 및 농촌 지원에 나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이를 시혜적 차원이 아닌 호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불필요한 마찰의 소지를 줄이고, 아울러 진정한 공생(共生)을 이룰 수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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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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