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월 스트리트:머니네버슬립스

올리버 스톤 감독이 23년만에 만든 속편, 2008년 금융위기 배경으로 ‘탐욕’그려


스릴러 영화의 소재는 보통 살인 사건이 많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것만큼 긴장을 주는 소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월 스트리트:머니네버슬립스’는 피가 튀지 않고도 긴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현대 사회에서 ‘살인’못지 않은 긴장감을 주는 게 바로 ‘돈’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1987년 영화 ‘월스트리트’로 월 가의 탐욕을 생생히 묘사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번엔 2008년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다시 한 번 월 가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탐욕은 선(Greed is good)’이라는 대사를 남기며 월 가 탐욕의 상징이 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가 8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탐욕이 합법화된(Greed is legal)’ 월 스트리트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게코가 돌아온 월 스트리트는 합법화된 탐욕 아래 ‘파산 직전’의 상황이다. 영화는 리먼 브라더스사 파산을 연상케 하는 대형 은행의 파산과 증권 브로커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 등을 실감나게 그린다. 전작에서는 스톤 감독의 냉소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칼날이 무뎌진 느낌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비판을 대사에 담아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그의 냉소는 오히려 둔탁한 돌멩이 같다.“파생상품들은 한마디로‘대량살상무기’(WMD)다”, “차입채무는 ‘레버리지’라는 이름으로 스테로이드를 맞은 돈에 불과하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헛소문이라도 주가만 끌어내리면 된다” 는 식이다. 할리우드의 최고 블루칩이 된‘트랜스포머’의 주역 샤이아 라보프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건실한 증권 브로커 역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지만 ‘언에듀케이션’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여배우 캐리 멀린건은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순진하게 외치기만 해 청초한 이미지를 소모당한 듯하다. 불과 2년 전 사건을 발빠르게 영화로 만든 할리우드의 부지런함과 자본력은 거장의 냉소마저 오락거리로 만들었다. 거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돈과 탐욕을 재료로 맛있게 요리한 오락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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