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이 폐기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어음(CP) 29장의 실체가 확인됐다.
이 CP는 SK해운이 SK글로벌의 지급보증 채무 4,800억원 가량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SK글로벌은 이 어음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 SK해운이 대신 지급한 돈을 갚았고 이후 SK해운은 SK글로벌로부터 어음을 전량 회수,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SK글로벌과 금융계에 따르면 SK해운이 전량 폐기했다고 밝힌 CP 29장은 SK해운과 SK글로벌, 그리고 ㈜아상 등 3개 회사가 부실 채무를 숨기기 위해 변칙적으로 발행, 자금을 조달하는 데 사용됐다.
지난 70년대 SK글로벌은 원목기업인 ㈜아상과 수출거래를 하면서 수출입금융과 기업운영 자금 등으로 지급보증을 서줬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합판산업이 무너지면서 ㈜아상의 사업도 부실화, SK글로벌이 ㈜아상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글로벌의 신뢰도 하락 등을 우려, SK해운 자금을 활용해 대지급에 나서 글로벌이 ㈜아상에 서준 지급보증을 상환했다. 이후 SK해운은 어음 29장을 발행해 SK글로벌에 제공했고 SK글로벌은 이 어음을 담보로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돈을 차입, SK해운이 대신 갚아준 자금을 상환했다.
결국 SK글로벌은 부실을 감추기 위해 SK해운을 이용, 이를 감쪽같이 해결하고 해운이 대신 메운 부실액수는 돌려줬다. 하지만 SK글로벌은 SK해운에 지급한 돈(4,800억원)을 대지급 채권으로 분류해놓다 지난해 회계법인의 감사과정에서 노출돼 채권상각손실로 완전히 떨어냈다.
S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직접 지급보증을 해결하려면 신인도 하락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 같은 복잡한 구도를 이용해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꾸민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수,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