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기업, 中企 인력 빼가기 속출

바이오시밀러·LED·풍력등 신성장산업<br>대기업에 항의·임금 인상등 중소업체들 내부단속 비상<br>일부 회사는 존폐위기 몰려


바이오 전문업체인 셀트리온의 경영진은 얼마 전 핵심 연구개발(R&D) 인력 유출문제를 놓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회사가 세계최초로 임상실험에 들어간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기술과 관련,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해프닝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행여 유사한 사태가 빚어질까 마음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산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에서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핵심인력을 빼내가는 사례가 속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장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인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고급 두뇌 확보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ED나 바이오ㆍ풍력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관련업체들의 인력 쟁탈전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본사를 찾아 항의시위까지 벌이는가 하면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급여조건을 상향 조정하는 등 내부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가을 갓 출범한 한 LED 조명업체의 경우 창업 3개월여 만에 7명의 R&D 인력이 한꺼번에 이탈하는 바람에 현재 개점휴업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힘들게 모은 R&D 인력을 대기업에서 모두 가로채가면서 회사가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며 "추가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에서 블랙홀처럼 연구인력을 쓸어가는 바람에 공장을 사실상 놀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LED업체도 5명에 불과한 R&D 인력 가운데 2명이 대기업으로 전직하는 바람에 신제품 개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올해부터 투자를 대폭 늘려 R&D 인력을 5명에서 20명으로 확충할 계획까지 세워놓았지만 이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특히 거액의 연봉과 복지조건 등을 내세워 인력스카우트업체(헤드헌터)에 고급 두뇌유치를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중소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력 싹쓸이현상을 '밀렵(Poaching)'이라고 부를 정도로 너나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중소업계는 R&D 인력에 대해 일반직원과 달리 별도의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LED 조명업체인 J사는 R&D 인력에 대해 다른 직원들보다 연봉을 20%가량 더 지급하고 분기별 실적에 따라 100% 내외의 성과급을 주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근 단기간에 투자를 늘리다 보니 전문인력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며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인재들의 직장 옮기기는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법적ㆍ제도적 장치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본처럼 대기업에서 육성한 인력을 중소기업에 수혈할 경우 세제혜택이나 자금지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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