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도 고강도 정화

■ 벤처확인제 소급적용기존社 무더기 탈락 불가피… 제도정착까지는 '산넘어산' 이석영 중기청장이 새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기존 업체에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의 벤처기업 정화 작업이 예상보다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청장이 "실태조사를 통해 솎아낼 기업은 솎아낼 것"이라고 말해 이번 실태조사가 이전과 같은 경영실적조사가 아닌 '살생부'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난달말 정부가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벤처확인제도의 내용이 보강됐지만 "벤처가 성숙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말만 있었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벤처확인제도의 완전폐지론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벤처 건전화방안이 발표된 후 정부 일각에서는 "벤처정책을 발표해도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력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기존 업체중 80% 정도만이 통과되고 나머지는 탈락될 것"이라는 이 청장의 또다른 언급이나 "개정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문제의 벤처기업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중기청 관계자의 설명도 이러한 정부 내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청장의 말대로 확인제도가 기존 업체에 그대로 소급 적용될 경우 탈락하는 업체는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벤처투자기업이나 연구개발기업중 창업 초기업체는 무더기 탈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제도에서는 벤처투자기업의 경우 창업투자회사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확인을 받은 후 지분을 회수해도 벤처라는 명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고 연구개발투자액이 정액 기준이 아니라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인 만큼 개발비가 적어도 됐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에게 부여되는 가점을 이용, 금융권 자금이나 정책자금을 타려는 기업들에게도 이번 조치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기준이 적용돼 벤처에서 탈락될 경우 더 이상 가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소급 적용을 할 경우 우리가 해당될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현재 정부에 시설자금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여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불안해 했다. 하지만 이 중기청장의 말대로 소급적용을 하기에는 아직 거쳐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기청 내부에서는 법이 마련되면 경과조치를 따로 두어야 한다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중기청의 한 관계자가 "실태조사를 해 그대로 소급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과기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는 또 "소급적용을 하더라도 우선 현행 제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을 우선 걸러내고 이들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후관리 인력부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벤처캐피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 청장의 언급은 사후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하지만 이전에도 사후관리를 엄격하겠다고 했지만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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