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부진한 DR 발행이 외국인 한국투자 발목

그레고리 로스 BNY멜런 헤드 "글로벌 수요 급증하는데<br>발행 한국기업 38곳 그치고 그나마 5곳에서 85% 차지"

그레고리 로스


"부진한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투자가의 잠재 투자기회를 막고 있다."

해외투자가의 국내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적극적 DR 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산운용 및 투자서비스 회사인 BNY멜론의 그레고리 로스(사진) DR사업부 아시아태평양 지역 헤드는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회 한국예탁결제원 DR 발행 포럼'에서 "해외투자가의 한국 기업 DR 투자 수요가 높은 데 반해 실제 발행기업과 물량이 적어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DR가 발행되면 주목 받을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다수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DR은 해외투자가의 편의를 위해 예탁기관이 특정 국가에 상장된 주식(원주)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발행해 유통시키는 증권으로 해외투자가가 국내 주식(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주식)을 자국의 주식처럼 살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한국은 1985년 국내 상장법인의 해외증시 주식 관련 증권발행이 허용된 후 1990년 삼성물산이 최초로 4,000만달러 규모의 GDR(미국ㆍ유로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되는 DR로 주로 런던 또는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 및 유통)를 발행해 룩셈부르크 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참여 저조 속에 한국의 DR 발행은 올 초 영원무역까지 총 38개 기업의 45개 종목(우선주 포함)에 불과한 실정이다.

로스 헤드는 "2012년 기준 글로벌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인 30조3,000억달러가 북미 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한국은 ADR(미국시장에서 발행ㆍ유통되는 DR) 커버리지가 매우 낮아 투자에 제약이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MSCI 이머징 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5%로 중국(18.5%)에 이어 2위지만 편입 종목 중 ADR를 발행한 회사는 9%에 불과하다. 이는 대만(6%), 인도(8%), 말레이시아(12%)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최근 미국의 연기금 등 주요 기관이나 몇몇 펀드들은 MSCI 이머징 지수 내 한국주식을 편입 비중만큼 DR로 대체해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 편이다. 또 일부 중소형 펀드는 한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투자가 제한돼 DR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지만 한국의 DR 발행회사는 45개에 불과해 사실상 투자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게 로스 헤드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이머징 지수에 편입돼 있지만 이미 선진시장의 자격을 갖췄다고 본다"며 "선진지수(MSCI EAFA) 편입 국가들의 경우 ADR의 커버리지가 100%인 기업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DR가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국의 DR는 미화로 270억달러 규모인데 이 중 85%를 5개 종목이 차지하고 있다. DR 자체가 소수 대형기업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는 것이다.

발행회사 동의 없이 투자자 수요에 따라 예탁기관이 발행하는 투자지원형 DR(Unsponsored DR)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현재 한국은 법 규정상 발행회사 요구로 발행되는 자본조달형 DR(Sponsored DR)만 허용되고 투자지원형 DR는 발행이 금지돼 있다. 로스 헤드는 "일본ㆍ싱가포르ㆍ호주 등은 투자지원형 DR 발행이 가능해 DR 시장이 활성화됐다"며 "투자지원형 DR 발행이 활성화되면 예탁사들이 발행사를 찾아가 자본조달형 DR 발행을 제안, 발행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미국의 벤처·신생기업 전문 장외시장인 OTC마켓의 크롬웰 콜슨 대표도 "DR를 발행하는 회사는 그 나라의 대표 회사로서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능을 한다"며 "높아진 기업 이미지가 소속 국가 중소기업으로까지 이어져 중소기업들의 DR 발행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소수 기업의 DR만 발행돼 있어 아직까지는 이 같은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