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정례화 등 현안 논의=고위급 접촉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장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한반도를 여는 기회를 탐구하는 열린 자세와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1차장은 이날 평화의 집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악수하고 즉시 회담장으로 향했다.
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같은 인도적 문제는 물론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북측을 계속해서 설득했으며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중지와 남북 정상 회담 등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오전과 오후 각 1차례씩의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간 접촉을 이어가며 합의점 도출을 위해 애썼다.
이날 양측이 나눈 의제는 1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있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회동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케리 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4월 이후 10여개월 만으로 장성택 처형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靑, 접촉 결과에 주시=청와대는 이번 남북 간 고위급 접촉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한 것은 이번 접촉을 남북관계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비롯,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각각 '교류협력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은 북한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집권 2년 차인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또 통일부가 주도하는 북한과의 회담은 어젠다가 특정 이슈에 한정되거나 회담 참석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 회담이 결렬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포괄협상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접촉이 박근혜 정부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합의 도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의 투자와 경제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대결이 아닌 대화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면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남북경협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되고 국정운영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오전부터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외부행사 등 공식일정 없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 안보실장으로부터 회의 상황을 보고받고 적절한 대처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폭설로 길이 막혔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금강산까지의 도로가 긴급 제설 작업으로 차량이동이 가능해져 이산 상봉행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 측 출입사무소부터 금강산까지 약 20㎞ 구간을 제설하면서 들어가 왕복 2차로 중 1차선을 확보했다"며 "상봉 행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 적십자 관계자는 지난 9일 금강산에 도착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북측도 상봉 행사가 잘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상봉 행사가 2월 하순에 진행되는 만큼 추위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