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관악구의 환경미화원을 뽑는 실기시험장을 찾았다. 총 8명을 선발하는 환경미화원 직에 67명이 지원했다. 관악구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나이를 30~44세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지원자의 대부분이 30대 초·중반 이라는 점이었다. 재수·삼수해서 응시한 지원자들도 눈에 띄었다. 젊은 구직자들이 자치구의 환경미화원 직에 대거 몰린 이유는 뭘까.
시험장에서 만난 한 지원자는 "연봉과 처우가 좋다.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간다 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면서 "공무원과 비슷하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재작년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었다"면서 "지난 1년 간 중소기업을 다녔지만 연봉이 너무 낮아서 고민 끝에 다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리타분한 질문을 하나 던져봤다. '젊은 나이인데 환경미화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다소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런 거 생각했으면 지원하지도 않았겠죠. 내 코가 석자인데."
관악구에서 직영으로 관리· 감독하는 환경미화원직의 초봉은 3,200만원 선. 웬만한 대기업들의 초봉과 비슷하다. 근무시간은 주 5일제, 하루 8시간 근무로 오히려 낫다. 사실상 정규직과 다름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고 노조도 결성돼 있어 매년 구청과 임금협상도 벌인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구직자들에겐 대외적인 이미지보단 연봉과 처우 등 실질적인 조건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 연봉과 처우가 좋으면 스스로 눈을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찾아 간다.
물론 직업을 선택할 때 겉보다 내실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다. 주위의 평가에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만족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30kg짜리 마대를 지고 왕복달리기를 하는 지원자들을 보면서 과연 젊은 구직자들이 환경미화원 직에 몰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회부=서민우 기자 ingagh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