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상장사들은 현금성 자산을 무려 16조원이나 늘린 반면 투자는 최대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12월 결산법인 상장기업 1,504사의 재무현황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 3·4분기 말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57조원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지난해 3·4분기 말(41조원)에 비해 39%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은 상장사들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차입 등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서면서 현금유입이 크게 확대됐고 올 2·4분기 이후부터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유입 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자산총액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인 투자성향은 3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말부터의 기업 자산재평가 실시 등에 따른 것으로 기업이 투자를 늘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
상장사의 분기별 투자성향을 보면 지난해 2·4분기부터 31~33%에 그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올해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18조3,000억원과 18조원으로 지난해 3·4분기 보다 27.9%(4조원), 284.3%(13조3,000억원) 급증했다. 평균 부채 비율은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98%에 달했으나 차입금 의존도는 2.1%포인트 높아진 24.4%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주요 재무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변동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문제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현금성 자산과 투자성향을 비교할 때 적극적인 투자활성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