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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국산 함포는 장식품인가. 지난 7일 발생한 북측 경비정과 우리 해군의 교전 과정에서 유도탄고속함인 조천형함의 76㎜ 주포와 40㎜ 부포의 불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76㎜ 함포는 14발을 쏜 뒤에, 2연장 40㎜기관포는 29발을 발사한 뒤 각각 사격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조천형함은 후방으로 후퇴하고 부근의 참수리 고속정 2대가 주포인 40㎜단장포로 대신 사격을 맡았다.
조천형함은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정의 3번함으로 2009년 건조돼 2011년 실전배치된 최신예 함정이라는 점에서 불발은 더욱 충격적이다. '명품 국산무기'로 여겨졌던 함포들도 실제로는 외국제 제품을 모방 생산한 것으로 성능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탑재 함포 전체의 교전 중 불발은 함의 전투력 상실을 의미한다"며 "장병들과 함의 생존이 위험에 처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실전과 같은 훈련 부족으로 격발 불능시 대처방법을 장병들이 숙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국산 무기의 열처리와 소재의 품질에 대해서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시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이미 배치된 국산 함포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산업 육성과 후속 군수지원의 용이성 확보 차원에서 국산 무기 개발이 중요하지만 무기의 신뢰도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며 "병사들의 생명과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무기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무기 도입과 시험 평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레이더와 연동된 사격통제장치를 갖춘 함포를 40여발 이상 조준 발사하면서도 북측 경비정에 손상을 입히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교전 직후 조천형함의 함포는 정상 기능을 회복했으나 해군은 17일 함포제작사인 W사와 D사 기술진과 공동으로 교전상황을 재연해 원인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함포 자체의 성능 결함, 탄약 불량, 운영 미숙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