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갈등 깊어가는 美·中관계

부시, 對中 모든 접촉사안 재검토 지시정찰기 반환문제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부간 모든 접촉을 사안별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대사관 직원의 통상적 업무는 물론 미 공무원이 중국 내 행사에 참여하는 일까지 사안별로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지난 1972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된 모든 관계를 재점검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 중국측도 지난 1일 미국의 미사일방위체제(MD) 구축선언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고 연일 미국을 향해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양국이 모든 현안에서 치열하게 대립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돼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인접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갈등 깊어 가는 미-중관계=부시 대통령은 "중국과의 모든 접촉을 사안별로(case-by- case) 재검토해, 도움이 되는 것은 지속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중단하라"고 역설했다. 국무부와 국방부는 물론 국가안보회의 등 대외정책관련 부서는 이날 지시 이후 일제히 중국과의 교류를 재검토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가 ▦테러방지 ▦마약단속 ▦환경보호 ▦교역증대 ▦문화교류 ▦사법개혁 등의 분야에서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행정부는 1일 MD체제 강행방침 천명, 3일 대중(對中) 군사관계 재검토 발언에 이어 이날 조치로 연일 중국에 대한 압력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대응도 강경하긴 마찬가지. 중국관영 매체들은 연일 "부시행정부가 중국을 사실상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측은 미국이 MD체제 구축목적을 북한, 이라크 등 '불량국가'의 위협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미국에 위협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통상갈등으로 확산되나=전문가들은 양국의 대립이 군사적 갈등국면에서 통상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4일 지시 직후 미국의 통상문제를 전담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과의 모든 접촉에 대해 이미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음을 시인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838억달러로 최대 대미 무역흑자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무역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 상황에서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 카드로 가장 먼저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덤핑조치. 이 조치가 단행되면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가 불가피해 주변국에도 그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미 의회 내 일부 강경파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오는 6월로 만료되는 대중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2008년 올림픽의 베이징(北京)유치 등 산적한 현안에서 양국이 치열하게 대립할 경우 한국, 일본, 동남아 등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김호정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