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우스웨스트항공과 한국 정치

원희룡 <국회의원>

이전 시기 리더십은 목표 관리형 리더십이었다. 목표가 결정되면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점령해야 했다. 훌륭한 리더는 아랫사람을 잘 통솔하고 동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리더는 함께 일하는 사람을 ‘용병’이 아니라 ‘시민’으로 육성시킨다. 요즘 섬김의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다른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십으로 자발적인 헌신과 참여, 주인의식, 책임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섬김의 리더십을 선보인 리더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 회장이 꼽힌다. 사우스웨스트는 ‘빨리빨리’ 문화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이다. 저가 항공사를 지향하는 사우스웨스트는 다른 회사보다 훨씬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빨리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언뜻 ‘그럼 종업원들만 죽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우스웨스트는 ‘포춘(Fortune)’지가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최상위권에 매년 선정되고 있다. 비결은 바로 켈러허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다. 그는 갑자기 나타나 고객에게 직접 땅콩을 서비스하기도 하고 따스한 포옹과 키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는 ‘일차 고객은 종업원’이라는 마음으로 고객만족 경영의 첫 단추를 끼운다. “리더십이란 하인 노릇 하기라고 말하고 싶다. 뛰어난 리더는 동시에 훌륭한 추종자여야 한다. 또한 직원들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훌륭한 리더는 ‘리더가 가장 낮은 곳에서 후원하는 역삼각형 구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봉사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고 이들이 보다 자유롭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공동체의 사명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섬김의 리더십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정치적 리더십이야 말로 그 태생부터 섬김의 리더십을 본령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누구나 선거 당시에는 ‘하인 노릇’을 다짐하지만 선거 후에 국민은 다시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국민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같은 자리에서 아픔과 희망을 함께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섬김의 리더십’은 이제 권위주의를 탈피하기 시작한 한국정치가 도달해야 할 당연하면서도 절박한 목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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