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창구 중심 뱅킹, 이젠 한계 달해 지점통폐합은 시대적응 위한 것

구조조정 나선 하영구 씨티은행장 본지 인터뷰

스마트점포가 글로벌 흐름… 올 10%이상 늘려 시장 선도

정보유출 2차피해 보상하고 보안시스템 더욱 강화할 것


하영구(사진) 한국씨티금융지주 겸 씨티은행장. 그는 한국 금융사의 산증인이다. 은행장 5연임 동안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직책을 연이어 제의받았을 만큼 우리 금융산업에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요즘 하 행장은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 지점의 30%를 통폐합하는 엄청난 구조조정 방안을 꺼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파고를 간신히 넘어가는 듯하더니 9일 경찰 조사에서 2차 유출 사실(보이스피싱)이 드러나면서 큰 산이 또다시 다가왔다. 9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난 하 행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하 행장은 "고객 한 분 한 분께 일일이 통지하고 피해를 입었다면 법적 검토를 거쳐 보상하도록 하겠다"며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 행장은 그러면서 뼈와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금융이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올해 스마트점포를 늘릴 계획입니다. 지점은 줄어도 언제 어디서든 씨티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 행장은 "창구를 중심으로 한 뱅킹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며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글로벌 그룹이 상황에 따라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지 새로 결정하듯이 씨티도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구조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8일 현재 190개 지점의 30%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앞으로 7주에 걸쳐 통폐합하고 영업 구역도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광역도시로 한정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하나의 지점마다 통상 1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것을 고려하면 채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600명 안팎의 대규모 인력이 갈 곳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하 행장은 "정리를 할 것이라면 질질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익이 좋은 지점도 통폐합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바탕으로 감축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씨티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씨티은행은 이미 27개 점포를 줄였고 올 들어서는 3월이 계약 만기인 부행장 3명과 상임감사 1명을 재계약 없이 공석으로 남겨뒀다. 사실상 임원 숫자를 감축한 셈이다. 게다가 이 같은 구조조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 행장은 "지금으로선 지점이든 직원이든 더 이상 추가 감축이 없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며 "연초에 임원을 줄였기 때문에 당장 계획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임원도 더 줄일 수 있다"며 추가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이 나날이 악화하는 수익성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하 행장은 "2012년과 비교해 2013년에는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수익이 떨어졌지만 우리는 그나마 감소 폭이 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점을 줄이는 대신 스마트점포를 확대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씨티그룹 차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는 경영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은 과거부터 새로운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해왔고 이번 조치는 그 일환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현금인출기(ATM)를 도입한 씨티은행은 2013년 12월 기준으로 국민은행(9,899개)이나 신한은행(7,732개) 등 자산 규모가 훨씬 큰 국내 은행들을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2,069개의 ATM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체 ATM의 23%에 달하는 수치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상품을 설명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점포도 이미 28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기존 스마트점포 수의 1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13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를 하면서 최장수 은행장 기록을 갖고 있는 하 행장. 금융계에서는 하 행장이 구조조정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도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