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여 동안 우리나라 통상정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분야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을 꼽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FTA 추진 현황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뚜렷해지며 이들 국가들은 우리의 성공경험을 자국 정책에 벤치마크하고 있다.
관세수입 감소이유 폄하는 옳지 않아
우리나라 FTA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미 FTA가 될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경제국가와의 자유무역 실현 외에도 세계 통상규범 또한 리드하는 국가와 수준 높은 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체결되는 FTA는 단순 무역자유화보다는 포괄적인 경제통상협정이다. 회원국 간 무역자유화 내용 외에도 투자와 서비스상의 규제완화와 자유화, 무역규범 선진화, 지식재산권 보호강화, 역진적 조치 도입금지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 경제성 평가는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세철폐 효과만을 대상으로 FTA를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포괄범위가 넓고 수준이 높은 한미 FTA의 경제성 평가는 다면적으로 접근해야지 수출입 실적으로 결론을 낼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어려운 대외통상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미 수출이 소폭이나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FTA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므로 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 관세수입이 줄었던 것을 두고 한미 FTA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FTA 관세인하가 관세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은 가능하나 이를 FTA의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입이 0.9% 줄었기에 관세수입도 줄어들 수 있고 특정 국가와의 FTA 이행 수입 규모가 늘어나면서 관세수준은 낮아졌더라도 관세수입은 늘어날 수도 있다. 더욱이 관세인하로 수입부품과 생산단가가 낮아져 수출경쟁력이 제고됨으로써 국내 경제가 활성화돼 우리나라 전체 세수는 증가할 수도 있다.
FTA 반대단체들은 투자자정부제소권(ISD) 위험성을 강조하지만 한미 FTA가 포함하고 있는 유익한 요소가 적지 않다. 먼저 일방적인 무역조치를 방지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한미 통상은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가 대부분이었다. 협정에서 사전적으로 통보하고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했기에 이를 활용해 통상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전문직종 종사자의 미국 진출이 제도화됐다. 향후 양국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시켜야 하겠지만 건축사ㆍ설계사 등 우리나라 전문자격증을 미국이 인정하게 되고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도 용이해지게 됐다. 미국을 포함한 자원수출국들은 천연자원 수출에 대해 별도의 승인절차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천연가스법에 따라 FTA 체결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승인을 우선적으로 부여하므로 비회원국에 비해 수입절차 면에서 유리해지게 된다.
전체세수 증가ㆍ규제완화로 결국 이익
또한 미국과의 FTA를 통해 광범위한 규제완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익집단의 로비로 규제완화가 용이하지 않으나 협정에 제도개선 사항으로 포함시킴으로써 관련 규제를 시간 끌지 않고 혁파할 수 있었다. 한미 FTA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반대했는데 이들 단체의 대부분은 규제완화로 불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규제완화는 일반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 위해 외교통상력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일본에 TPP의 핵심은 미국과의 FTA이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경쟁국들도 미국과 자유무역을 하게 될 것이므로 이들 국가보다 앞서 한미 FTA 경제이익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한미 FTA를 폄하하기보다는 선점효과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