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회사상태 생각보다 부실"

"회사상태 생각보다 부실"SPBC 한스종금 왜 포기했나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의 대주주인 스위스은행컨소시엄(SPBC AG)이 한스종금에 대한 추가출자를 포기하면서 종금업계 전체로 그 불똥이 튀고 있다. 특히 20일 금감원의 종금사 실사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한스종금 등 일부 종금사가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18일 종금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고 종금사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한스종금 출자 왜 포기했나=SPBC측은 「회사 내용이 워낙 부실해서」라는 이유를 달고 있다. 당초 한스종금측과 금감원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6%대라고 얘기했고 미래상환능력(FLC)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1~2%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3,000만달러의 증자를 실시하면 8%가 넘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SPBC 관계자는 『한스종금이 3월 말 6.09%, 6월 말 10%대로 금감원에 보고해 이를 믿고 출자하기로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마이너스 4%대 이상으로 나왔다』며 『정부에서 공적자금 투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준다면 모르지만 현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손실규모는 단돈 「10달러」=SPBC측이 한스종금에서 완전히 손을 떼더라도 손실은 10달러 밖에 안된다. 지난 4월 대한방직으로부터 지분(28.6%)을 매입할 당시 인수대금은 10달러에 불과했다. 인수 당시 한스종금의 회사 내용이 워낙 부실했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로 인수하고 나중에 추자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기로 했다. 당시 SPBC측은 한스종금을 정상화한 뒤 다른 종금사나 증권사 등을 인수해 투자은행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거창한 청사진」까지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번 출자포기로 새 대주주측의 「10달러 손실」과는 대조적으로 이같은 계획을 믿고 주식을 투자했던 투자자들만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됐다. ◇문제는 없나=SPBC측은 우선 한스종금과 금감원의 말만 믿고 출자를 결정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결국 총자산이 2조원을 넘는 금융기관을 인수하면서 제대로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인수를 결정했다는 반증도 된다. SPBC측은 특히 금감원의 실사에 앞서 자체적으로 회계사들을 파견해 실사를 벌인 바 있어 과연 회사의 실상을 이처럼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게다가 새 대주주측은 부실회사를 끌고 나가면서도 인수 즉시 최고급 승용차를 2~3대나 구입하는가 하면 직원들을 명예퇴직시키면서 타금융기관들보다도 많은 18개월치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잔류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약속하는 등 방만경영의 흔적이 짙다. 감독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시 종금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기는 했지만 결국 「추가출자를 하겠다」는 약속만 믿고 덥석 이를 용인,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면 추가출자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이를 승인하던가 아니면 아예 다른 처리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 한미은행의 외자유치 자금성격을 놓고 무척 「깐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종금사 불신 심화 「부작용」=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독자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금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18일 종금업종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게 이를 반영한다. 한 대형 종금사 관계자는 『정부방침(부실사 예보자회사 편입)에 따라 어차피 퇴출되는 종금사는 없겠지만 나라·영남·한국·중앙종금의 유동성 부족 사태에 연이어 한스종금의 부실내역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예금고객은 물론 주식투자자들까지 누가 종금사를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대형 종금사 사장도 『신인도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여서 어떻게 회사를 이끌고 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RAIN@SED.CO.KR 입력시간 2000/07/18 18:12 ◀ 이전화면

관련기사



이진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