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뒷돈 받고 과다 승선 묵인… 곪아터진 해운비리

檢 수사결과 발표… 43명 기소

안전책임자, 선사 편의 지시

여객선 출항 전 안전 상태를 감독하는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 A씨는 지난해 말 한 선사가 과적·과승 등 운항관리규정을 어기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선사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자 참다 못해 이 사실을 해경에 보고했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이 아닌 꾸중이었다.

해운조합의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김상철 안전본부장이 "여객선사들이 너희들 월급을 주는데 융통성 있게 일을 하지 왜 그렇게 말썽을 피우느냐.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느냐"며 불호령을 내린 것이다. 김씨의 이런 비행은 사실 이전부터 계속돼온 것이었다. 평소 선사 대표들과 친하게 지내던 김씨는 "여객선사와는 마찰을 일으키지 마라. FM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선사의 편의를 봐주라는 지시를 공공연히 해왔다고 한다.

그는 해운조합 거래업체들로부터 납품 알선 대가로 1,000만원에 가까운 뒷돈을 받아온 것은 물론 출장비 명목으로 1,200만원의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해운 비리를 수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안전을 감독해야 할 정부의 직무유기와 고질적인 민관유착이라는 구조적 비리가 빚어낸 인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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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 검사)은 6일 그동안의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해운조합 안전본부장 김상철(60)씨와 전 해운조합 이사장 이인수(59)씨를 비롯한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수사 결과에서는 뇌물수수, 횡령, 기밀 누설 등 곪을 대로 곪은 해운업계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 해경 해상안전과장 장모(57)씨는 지난해 2월 선박의 방향과 진로를 바꾸는 장치인 조타기가 고장 나서 운항관리자가 운항정지명령을 내린 여객선에 대해 "그냥 출항시켜줘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선박의 방향과 진로를 바꾸는 조타기가 고장 나면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음에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주가 "오늘 마지막 배이니 살살 운항하고 오겠다"고 부탁해오자 이를 눈감아준 것이었다.

검찰의 수사 사실을 공무원 간부가 앞장서 누설하는 사례도 있었다. 박모(51) 해수부 감사실 사무관은 올 4월 지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검찰 수사 사실을 평소 알던 직원에게 흘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세모그룹 출신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용욱(53)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도 해운조합 압수수색 사실을 옛 상사였던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에게 미리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해운조합 이사장은 법인카드 1억원어치와 부서 운영비 7,2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2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고 해운조합 부회장 김모(62)씨는 선박 사고를 가장하는 수법 등으로 보험금 등 9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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