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장관 릴레이 인터뷰] <1>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해외자본 너무 들어와도 위험… 과도한 유입 막겠다"<br>공무원 하절기 8시 출근 5시 퇴근 노조 등 설득해 내년 하반기 도입<br>美 디폴트위기 미봉책이라도 봉합, 세계 경제 충격 받는 일 없을 것<br>'기업친화=대기업친화'로 볼수없어 불공정거래 적발 땐 응분의 대응




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에서 채권 투자자금이 상당히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것이 (과도하면) 나중에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자본시장이 너무 개방돼 있다"며 외국자본의 과도하고 급격한 유입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혔다. 우리 정부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 외국자본 모시기에 혈안이 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신이다. 박 장관은 또한 내수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해 하절기에 8ㆍ5제(오전8시 출근, 오후5시 퇴근)를 정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함께 논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현재는 유연근무제를 응용하는 형식으로 희망공무원에 한해 8ㆍ5제를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노조 등을 설득해 이를 공무원 전체에 정식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박 장관은 지난 28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창간 51주년을 맞아 서울경제TV SEN과 합동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가 대외변수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위기는 없을 것임을 자신했다. 특히 미국의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봉합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세계가 충격을 받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남유럽에서 그리스 등이 중장기적으로 디폴트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재정위기 여파가 유럽의 중심국인)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까지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의 경제에 대해서도 "대지진 때문에 지난 2ㆍ4분기 5월까지 어려웠지만 6월 이후부터는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세계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올해 초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완만하게 나마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 주된 견해"라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경우 9% 중반대의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 공격적 긴축기조로 들어갈 것 같다"며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여파 같은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대외경제위기에 대해 괄목상대할 정도의 대응력과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그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은행세(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도입 ▦김치본드(국내 발행 외화표시 채권) 규제 등을 안전장치로 꼽았다. 박 장관은 다만 "여전히 우리 경제 무역 규모에 비해 외화거래 규모가 상당히 작고 그에 비해 자본시장은 너무 개방돼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유류세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유류가격 자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가 기름값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23개 회원국 중 20위 정도로 싼 편"이라며 "우리나라는 기름이 한 방울도 안 나와 대게 수입해야 하는데 (유류 소비자판매가격을) 싸게 하는 것이 능사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이 유류 소비를 줄이고 산업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방식도 선진국처럼 야행성 활동을 줄여야 한다"며 "유가 100달러 시대를 늘 염두에 두고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철학인 MB노믹스에 대해 "백 퍼센트 공감하며 무한책임을 느낀다"고말했다. 이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이 정도로 흑자를 내고 있다면 괜찮은 것이고 경제지표상으로는 MB노믹스가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MB노믹스는 (미국 해리티지재단이 평가하는) 경제자유도 지표를 기준으로 지금보다10점 정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경제자유도가 60점대 후반 정도인데 선진국은 대부분 70점 후반에서부터 80점대 중반까지 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장관은 MB노믹스의 일환인 '기업친화정책(기업프렌들리)' 에 대해서는 "기업친화적이라는 것이 대기업 친화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은 주주ㆍ경영ㆍ근로자로 구성돼 있고 협력업체와 심지어 기업 주변의 음식점과 같은 경제권까지 포괄한다"며 "기업친화적이라는 것은 그것을 다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 중 계열사와 불공정거래를 한다든지,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편법 증여를 한다든지,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단가를 약탈적으로 깎는다든지, (중소기업 등이 개발한) 기술을 정상가격에 사지 않고 빼앗다시피 한다든지 하면 응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이제는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복지제도의 기본 틀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때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졌고 노태우 대통령 때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됐으며 이후 고용보험ㆍ산재보험ㆍ장기노인요양보험ㆍ기초노령연금 등이 도입됐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돼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복지 수준이 OECD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 장관은 "물론 아직 복지 사각지대가 있으며 도입되지 않은 정교한 시스템도 있지만 그런 것은 약간만 보완해주면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진국도 하지 않은 제도마저 우리나라에 도입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의 여력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과잉 복지로 국가가 부도위기까지 난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그는 설명했다.
체면보다 효율 앞세워 조직에 새바람
불필요한 의전 줄이고… 하급자에게도 존대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내에서도 기획재정부 건물은 가장 꼭대기에 들어서 있다. 나라 경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이 자리 배치에서도 상징화된 셈이다. 그만큼 역대 재정부 장관에 대한 의전은 대단하다. 장관이 한번 국회를 방문하면 보통 30여명의 수행단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따라붙곤 했다. 국회에서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국정 현안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주요 국ㆍ실장이 따라붙고 과장과 사무관까지 덩달아 수행하면서 생기는 진풍경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 6월 박재완 장관이 취임한 후 사라졌다. 장관이 국회에 출석할 때에도 수행하는 인원은 보통 5명 이내로 단출해졌다. 박 장관이 불필요한 의전을 삼가려는 탓이다. 비공식 일정이라면 박 장관이 홀로 휙 하고 다녀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덕분에 재정부의 업무효율은 한층 높아졌다. 주요 국ㆍ실의 간부들이 과거 같으면 장관 의전에 소모될 시간을 벌게 됐으니 자신의 업무에 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장관에 대한 보고도 전화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식보다 실질, 체면보다는 효율을 따지는 박 장관식 파격 운영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박 장관은 하급자에게도 말을 놓지 않기로 유명하다. 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청사 내 엘리베이터에 탄 뒤 문을 닫으려던 찰나 "죄송한데 함께 타도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고개를 들어보니 박 장관이어서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처를 떠나 우리나라에서는 각료가 조직을 통솔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나이'와 '라인(줄 세우기)'이었다"며 "그런데 박 장관은 두 가지가 없이도 재정부를 2개월여 사이에 사로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장관의 지인들은 그만의 독특한 친화력을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박 장관은 취임 후 열흘여 만에 재정부 노조 지도부와 만나는 파격으로 입담에 오르기도 했다. 호평을 받던 전임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도 퇴임 무렵에야 노조를 만났는데 취임 초 노조를 아우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관가의 평가다. 다만 박 장관의 이 같은 소탈과 파격ㆍ친화력이 고위 각료로서 전례가 드문 일이다 보니 오해를 사거나 배척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측근은 "박 장관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쏟아내며 열정적으로 일하는데 곁에서 지켜보니 때로는 (여권이나 관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朴 장관은
가난 딛고 자수성가한 MB 최측근
교수로 변신 성대 입학처장 맡기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입버릇처럼 내놓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이다. 심지어 자신이 소관하는 부처의 일이 아닌 경우에도 이 같은 표현을 빼놓지 않는다. 박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MB 노믹스'의 전도사인 탓이다. 여권 내에서도 MB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인물로 백용호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더불어 박 장관을 꼽을 정도다. 박 장관은 MB정부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참여한 뒤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곧바로 국정기획수석비서관까지 지냈다. 지난해에는 MB정부의 초대 참모진이 지방선거 패배 등의 책임을 떠안고 물러나면서 박 장관도 사임했지만 즉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복귀해 MB의 최측근임을 방증했다. 이어 금융위기의 소방수로 장기간 활약한 탓에 체력적 한계에 직면한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사실 박 장관이 MB와 공식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의 당시 강재섭 대표 비서실장으로 활약하면서 MB의 눈에 들었고 그의 솔직하면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 정부 코드와 궤를 같이하면서 MB 사단의 일원이 됐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박 장관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갖은 어려움을 딛고 자수성가한 탓에 MB와 정서적인 교감이 강했을지 모른다. 1955년 경남 마산 출생인 그는 어린 시절 학질에 걸린 와중에도 부친에게 업혀 등교하면서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부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무역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총무처와 감사원 등에서 공직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신문배달 품팔이로 생활비를 벌며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하버드대에 대한 자부심이 각별해 공직의 한 후배가 상급자의 소개로 미국 버클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입학하려 하자 하버드 행정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꿀 것을 강력히 권유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1990년대 초 재무부 사무관으로 일한 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실 서기관을 지내다 돌연 1996년 성균관대 부교수로 변신해 입학처장까지 맡는 '외도'를 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 정책위원장으로 활약하다 2004년 17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입성하면서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배우자인 오문옥씨와는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야구 팬이기도 한 그는 "파울 플레이(반칙)은 절대 안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