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이 글로벌기업 임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약 33%는 앞으로 1년 안에 다른 기업을 인수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지금은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로서는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자산 및 비핵심사업을 매각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고 알짜 사업을 사들이면 가만히 앉아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M&A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수면 아래로 숨어 있던 대기매물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대우건설ㆍ대우일렉트로닉스ㆍ대우인터내셔널ㆍ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대우 4형제'를 비롯, 외환은행ㆍ하이닉스ㆍC&우방랜드ㆍ금호산업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보다 몸집이 작은 탓에 주목을 끌지 못하는 코스닥업체들도 상당수다.
보통 M&A는 해당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증시가 별다른 모멘텀 없이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최근 들어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일회성 뉴스에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M&A테마를 역이용하는 세력들도 자주 나타난다.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시장에 전해지는 M&A 관련 루머가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여기에 대응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상당수 개미들은 열심히 M&A테마를 추종하며 수익률 게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승자로 부상하는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M&A테마는 그 속성상 오버슈팅(과도한 주가급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8일 새롭게 M&A테마주로 부상한 LG생활건강은 이를 잘 보여준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인수 추진설을 바탕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지만 결국 '고작' 3.1%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과연 하루짜리 수익률 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