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걸친 노력 끝에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유치가 성사되면서 내년부터 외국기업의 국내증시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상장을 신청한 중국 섬유업체인 화펑팡즈의 상장이 원활히 이뤄지고 이 회사 주가가 강세장이 연출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증시전망과 맞물려 오름세를 보일 경우 중국기업을 비롯한 다른 외국기업들도 잇따라 국내증시 상장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본토기업의 경우 감독당국의 까다로운 사전승인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외국기업에 한국증시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비쳐질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2개 기업, “한국 증시로 가겠습니다”=일단 숫자상으로는 외국기업의 국내상장이 꽤 순조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대우증권ㆍ현대증권ㆍ굿모닝신한증권ㆍ신영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와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12개에 이른다. 시장상황도 우호적이고 기대감도 높다. 화펑팡즈는 홍콩 증시에서 27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돼 있다 보니 공모가 산정이나 투자자 모집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화펑팡즈가 국내증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기업의 국내상장은 투자자에게 안방에 앉아 해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국내증시의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는 해외펀드 투자 등을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해외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진다”고 평가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국내증시로서는 이 같은 외국기업 상장이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한창우 거래소 상장총괄팀 상장유치팀장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최근 신규 상장기업이 매우 적다”며 “해외기업을 끌어들여 다양한 ‘신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시장유동성이 확보되고 증시도 활성화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0여년간 중국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선 홍콩 증시의 경우 5년 전 7,800억달러에 그쳤던 시가총액이 현재 4배 가까이 늘어난 1조2,000억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 아직 많다. 우선 홍콩 증시 상장기업과 달리 중국 본토시장의 제조업체는 상하이 증시에서 이미 고평가를 받다 보니 매력이 적어 공모가 산정,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홍콩 증시에서 저평가됐다는 화펑팡즈도 ‘섬유업체는 사양산업’이라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가 중국기업의 해외상장을 국부유출로 꺼리는 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거리다. 중국기업들이 넘쳐나는 홍콩증시를 두고 이들이 한국증시를 찾을 이유도 많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좋은 기업들이 한국증시를 찾으려면 국내증시가 이들에게 충분한 메리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영탁 이사장 일문일답
"화펑팡즈 수익성높아…시장 호평 기대" "한국증시를 '베스트'로 여기게 만들겠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화펑팡즈의 상장심사 신청에 대해 "지난 2년여 동안 꼬여있던 매듭이 마침내 풀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펑팡즈는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만한 기업"이라며 "국내 상장된 외국기업 1호인 만큼 한국시장에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화펑팡즈가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는지. ▦홍콩증시에서 주가가 액면가의 4배를 넘는 기업이다. 재무내용도 건실하고 수익성도 기대되는 만큼 좋을 평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 본토기업 유치가 미뤄졌다. ▦여전히 중국증권감독위원회(CRSC)의 심사문제가 걸림돌이다. 현재 본토기업 중 국내상장을 위해 접촉되는 데가 2곳이다. 고객보호를 위해 우선 해외증시에서 검증받은 기업을 먼저 상장하고 그 다음 본토기업 IPO를 추진하자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 -중국 외 다른 나라 기업 유치 현황은. ▦베트남 증권거래소와 현지기업 국내상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초기에 국내 상장하는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이밖에도 해외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에 한국증시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