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수용되면 경영권 포기하겠다”/부동산 매각안돼 부채해소 어려움다음은 김현배 삼미그룹회장과의 일문일답.
부도도 나지 않았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는.
▲부채가 너무 많아 이른 시일안에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법정관리뿐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회사 상황은.
▲지난달 삼미특수강의 봉강 및 강관공장을 포철에 매각했으나 삼미 전체를 소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본사 사옥을 비롯한 회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이른 시일안에 처분할 수 있는 부동산이 없다. 북미의 현지법인 4개 공장도 포철에 매각하려 했으나 포철이 꺼리고 있다.
당초 포철에 매각을 추진하면서 얼마 정도의 금액을 예상했나.
▲양사간 합의에 따라 협상을 벌였지만 시각차가 너무 컸다. 기술이전료의 경우 우리는 3천억원을 요구했지만 포철은 1천억원에 응했다. 아직도 과학기술원을 통해 정산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우리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
부채가 많은 이유는.
▲철강은 투자가 많이 드는 사업이다. 최근 철강산업의 침체로 특수강사업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외국의 경우 정부가 특수강 사업에 대해 지원을 해주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법정관리를 위한 가족들의 동의는 얻었는가.
▲김현철 전 회장(삼미아틀라스 회장)과 충분히 협의했다. 가족들도 모두 주식포기각서를 작성해 법원에 함께 제출했다.
그룹 부채가 어느 정도 되나.
▲1조8천억원 가량이며 특수강 매각으로 7천2백억원이 해소된다. 더 줄일 수도 있었는데 부동산 매각이 여의치 않았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자금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나.
▲통보받은 적은 없다. 하루하루 자금운용이 어려웠다.
창원공장을 매각할 때 정부와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도 협의를 했나.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지만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한상복>
◎법정관리 신청 이모저모/언론 등 사전공개 우려 “한밤의 기습신청”/“누구도움 받은일 없다” 현철씨 관련 부인
○…삼미그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룹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난주말께 법정관리 신청방침을 결정했으며 실무팀을 구성, 극비리에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배 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있는 친형인 김현철 전 회장에게 연락, 그룹의 지분을 소유한 형제·친인척들이 모두 주식포기각서에 서명키로 합의했다』고 발표. 한보그룹의 정태수 총회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경영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주식포기각서 서명을 거부, 계열사 연쇄부도를 맞은 것과 대조를 보인 셈.
○…김현배 회장은 삼미그룹과 최형우 신한국당 고문 및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와의 관계설에 대해 이를 전면 부인. 김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왔으며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현철씨와는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해명.
○…삼미는 당초 삼미특수강과 (주)삼미·삼미금속·삼미기술산업·삼미화인세라믹 등 5개 계열사에 대해 일괄 법정관리신청에 들어가기로 하고 지난 18일 밤 10시께 고문변호사를 통해 서울민사지법에 서류를 제출했으나 삼미금속·삼미기술산업·삼미화인세라믹 등은 서류미비로 접수가 반려. 법정관리신청도 언론과 주주들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한밤의 기습작전」으로 치러졌다.<한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