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연초에 발표한 ‘경제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61개국 가운데 4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2,500억달러에 달해 세계 10대 교역국가 반열에 오른 나라가 받은 성적표 치고는 초라하다 못해 차라리 형편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처럼 낮은 평가를 받은 데는 정치의 불안정성과 정부의 시장개혁 추진의지 부족이 원인이라고 한다. 정치갈등이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까 그렇다손 치자. 시장개혁 추진은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정부가 소신껏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은 정부가 실천을 게을리 했다는 것 말고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
시장개혁의 핵심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 민간 부문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요체다. 그것을 아는지 우리 정부도 규제개혁위원회를 두어 틈날 때마다 규제 혁파를 외치고는 한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공정거래법’을 바꿔 규제의 강도를 드높이고 있다.
금융 부문에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과감한 개혁을 할 것처럼 하면서도 영역별 ‘빗장 규제’는 여전해서 ‘경제자유네트워크’가 발표한 금융자유지수는 세계 63위에 머물러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이러한 모순에 제대로 갈피나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앞당겨 쓰고 하반기에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정책수단까지 동원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걸쳐 아직도 관(官)의 계몽적ㆍ후견적 사고가 깊이 배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너무 똑똑한 것이 문제다. 소위 ‘윤똑똑이’가 되다 보니 모든 것을 자신이 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 우리 경제가 일본 관료주의의 부산물인 ‘헤이세이(平成) 장기불황’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자면 정부의 ‘충격요법’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갖가지 사슬과 빗장을 푸는 것이 순리이다. 세계시장에서 기업이 정부보다 더 정세에 민감하고 시장이 공공 부문보다 더 탄력적이라는 사실을 굳이 외면하지 말자. 똑똑한 官 위에 더 똑똑한 民이 있음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대도 앞당겨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