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분을 샀던 '조두순(58ㆍ청송교도소 수감 중)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유사 사건이 백주대낮에 일어났다. 피해 어린이는 국부와 항문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5~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이나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 1학년인 A(8)양이 학교 운동장에서 낯 모르는 어른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울고 있는 것을 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이날 학교 휴교일이었지만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갔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께 범인은 수업시작 전이라 운동장에서 혼자 놀던 A양의 눈을 가린 뒤 학교에서 1km 정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무참히 성폭행했다. 범인이 잠든 틈을 타 도망친 A양은 집으로 갔지만 아무도 없자 오후 2시30분께 학교로 다시 돌아왔고 울고 있는 A양을 발견한 교사는 초췌한 얼굴과 피에 물든 바지를 입은 모습에 크게 놀라 인근 B병원에 데려간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양의 엄마는 A양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직장에 출근한 상태였다.
A양은 곧바로 인공항문까지 만드는 응급수술을 8일 새벽까지 받은 뒤 현재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치료에만 최소한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A양 뿐만 아니라 부모도 충격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학교 주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과 A양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7일 밤 일용직 노동자인 김모(44)씨를 용의자로 붙잡았다. 김씨는 20년 전 강도ㆍ강간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전과가 있으며 사건 당일 학교 주변에서 서성거린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새벽에 영등포역에 나갔다 일감이 없어 집으로 돌아온 뒤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8일 김씨에 대해 미성년자 성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부는 2008년 12월 8세 소녀 나영이(가명)를 무참히 성폭행한 일명 조두순 사건 이후 '등하굣길 아동 안전지킴이' 등 다양한 예방책을 내놓았으나 유사 사건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더구나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 학생이 대낮에 납치 성폭행을 당해 학교 주변 안전대책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