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퓰러 사이언스 11월호] '덩치 대신 효율' 도시형車로 각광

백미러로 힐끗힐끗 보이는 주황색 광채가 눈을 어지럽힌다. 시내를 가로질러 운전하는 동안 모터의 구동소리와 간간이 브레이크에 달린 압축기가 쿵쿵대는 소리가 사뭇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자동차 시험 주행은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 대상이 돼 버렸다. 어린 아이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호했고, 학부모들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좀 색다른 자동차에 걸 맞는 반응일 것이라고 위안할 뿐. ◇쏟아지는 초소형 소형차 지금 운전중인 초소형 자동차는 '시티'. 포드의 싱크 사업본부에서 제작했다. 전기모터를 탑재했고 최고 속력 시속 88㎞, 최대 주행거리 80㎞의 성능을 보인다. 헨리 포드가 시티를 보면 저렴한 가격에 기본적인 교통 수단을 제공하는 국민차로, 아마 '21세기형 T모델'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다. 초소형 자동차는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특수 사업본부를 발족, 전사적 차원의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포드의 싱크 사업본부는 2종의 초소형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노스 다코타에 본부를 둔 글로벌 일렉트릭 모터카(GEM)를 인수, 5종에 이르는 초소형 자동차들을 매년 수천 대씩 쏟아내고 있다. 유럽 시장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스마트 사업본부가 출시한 가지각색의 초소형 자동차들이 나와 있으며, 미국 시장의 전망도 상당히 양호하다. 초소형 자동차들의 공통점은 2.4m로 길이가 매우 짧다는 것과 꼭 필요한 기능만 갖췄다는 것. 신소재와 신기술 덕분에 이론상으론 가격이 저렴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GEM 모델은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전기 구동 자동차로 골프용 카트보다 약간 더 발전된 형태. 포드의 시티는 힘을 보강한 전기 자동차로 승객 안전과 관련된 충돌 시험 표준을 모두 충족시킨다. 도로에 내놓아 가장 손색이 없는 자동차는 스마트카. 몸체는 작으면서 가솔린이나 경유로 움직이는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도시형 자동차다. ◇아직은 초기시장 초소형 자동차 사업은 아직 규모가 작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GEM 생산 인력이 240명인데 비해 전체 직원이 41만6,000명에 이른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짐작이 간다. 반면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작년 GEM 생산대수는 10,000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내년에는 그 두 배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드는 올해 말 출시되는 초소형 자동차 '네이버'와 2002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선보일 '시티' 생산라인에 1,300억 원을 투자했다. 초소형 자동차는 쓸데없이 덩치만 큰 기존의 자동차 대신 훨씬 효율적인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게 근본 취지. 포드 싱크 사업본부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앤 핸슨씨는 "자동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용도를 바꾸는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미시건주 북부에 있는 한 신도시는 전체 400여 세대 가운데 3분의 1이 GEM을 소유하고 있다. 주택 개발업체가 GEM자동차를 주택에 묶어 판 결과다. 주택개발업체이사인 월리 키드씨는 "이곳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원한다"며, "가까운 이웃집까지는 초소형 자동차를 타고 왕래한다"고 덧붙였다. 초소형 자동차 판매를 더욱 활성화하려면 할부제도와 혁신적인 판매 계획이 필수. 스포츠카 생산업체 패노즈는 유럽으로부터 1만 6,000대의 엔진 없는 스마트카를 수입, 애틀랜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전기 동력장치를 새로 장착해 시내 관광용 또는 임시용으로 하루 단위로 빌려줄 계획이다. ◇기술개발ㆍ정부지원이 관건 시티는 88㎞의 제한속도만 접어두면 그야말로 '진짜' 자동차다. 시티는 금속으로 차체를 만들지 않고 플라스틱 사출로 제작한다. 수지가 식어 모양이 형성되면 창문과 문 부분은 잘라낸다. 이 방식은 플라스틱 카누와 카약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것으로 단단하고 유연하면서도 충격에 강한 차체가 만들어진다. 3m가 채 안 되는 시티 시제품은 충돌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켰으며, 내년부터 시판되는 모델은 완벽한 승용차로서의 승인을 취득할 예정. 그러나 개선할 사항은 아직 남아 있다. 먼저 출발할 때 힘이 부족하다. 포드는 이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배터리도 관건. 시티는 한 번 충전으로 80㎞를 달릴 수 있는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충전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집안의 220볼트 콘센트에서 전선을 뽑아 시티충전기에 연결하자 20암페어의 전기를 잡아먹어 미터기가 미친 듯이 돌아갔고 겨우 5시간 만에 완전 충전되었다. 주유소처럼 전기 충전소가 곳곳에 설치돼야 이런 불편이 사라질 것이다. 가격도 걸림돌.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골프카트를 닮은 수수한 GEM은 8,000달러 이하로 판매된다. 안전벨트, 구름방지장치ㆍ범퍼 등 안전 장치가 포함된 가격이다. 시티는 값싼 소재와 제작방식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은 편. 유럽에서 판매중인 차종은 25,000달러 정도. 하지만 비싼 휘발유 가격과 환경친화 차량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늘어난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이다. ■ 스마트 카 가지각색의 초소형 자동차들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중세시대 미로 형태의 도시가 많은 유럽에서는 별로 신기한 것이 못 된다. 가장 최근 유럽 시장에 선보인 초소형 자동차는 조그만 풍선껌을 연상시키는 스마트카. 스와치의 디자이너가 처음 구상한 스마트카는 3년 전에 개발돼 발전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동차로 거듭났다. 특히 간편한 주차 성능이 압권. 길이가 2.4m에 불과해 기존의 주차 공간에 오토바이처럼 주차할 수 있다. 2대의 스마트카를 일렬로 세워도 포드사의 익스커젼보다 90㎝나 더 적다. 통근용 2인승 모델부터 신형 로드스터까지 기종도 다양하며 가솔린 또는 경유를 사용한다. 작은 크기에 우수한 연비도 자랑. 경유 차량은 갤런(영국 4.546리터ㆍ미국 3.785리터)당 97㎞의 연비를 자랑하고, 새로 출시된 경유-전기 혼합형 모델은 갤런당 113㎞이다. 가격도 저렴해, 미국 시장에서 옵션을 빼고 9,000달러에 판매될 예정. 정리=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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