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정부ㆍ국회와 노동계가 비정규직 근로자보호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앞두고 충돌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사회협약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협약은 지난 82년 경기침체를 겪던 네덜란드의 정부와 노사대표가 경제회복을 목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면서 유래했고, 결과물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을 탄생시켰다. 권고형태의 이 협약은 지금까지 네덜란드 노사관계의 기조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문서로 평가되고 있고 네덜란드는 이 협약의 내용을 적극 실천해 가고 있다. ◇‘균형적’ 구조조정 성과=네덜란드의 사회협약은 통해 효율과 형평, 성장과 복지, 구조조정과 사회통합이라는 상충적인 정책목표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시킨 성공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이후 84년, 86년, 90년, 93년 등 지속적으로 노사간의 합의가 있었다. 84년 협약은 기본적으로 82년의 권고를 재확인하는 것이었고, 노동재단 산하에 4개의 실업대책소위(직업훈련ㆍ장기실업ㆍ청년실업ㆍ실업통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86년 협약에서는 1990년까지 실업자를 50만으로 줄이기로 합의했고, 실업통계 개선을 위한 공동작업 실시했다. 특히 90년 협약은 외국인의 실업대책까지 포함하고 있다. 93년 합의는 신노선협약(A New Course: Agenda for Collective Bargaining in 1994)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서는 92~933년 불경기를 거치면서 느슨해진 임금정책을 재검검하게 된다. ◇경제침체 시기에 더 필요= 93년 협약의 경우 정국불안과 과거 10년내 최악의 경제침체라는 경제적 악조건에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공감대를 기초로 노사간에 다시 한번 대타협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 노사는 우여곡절 끝에 2004~2005년 임금동결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2004~2005년의 임금 상승폭은 거의 ‘제로’(0)에 가깝게 됐고, 이는 수출지향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네덜란드 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발케넨데 총리는 노사대표간 임금동결 합의로 고용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연금기금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과를 이룩했다며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노사 중재자역 톡톡=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국가 재정난에 따른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표한 개혁정책도 철회하는 등 노사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사협상의 조정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노동자측은 사회협약의 내용이 노조의 이익보다는 기업경쟁력 강화에 무게가 실렸는데도 대국적 차원에서 합의에 일단 조인했고 중앙노동조직에 대한 산하단체들의 불만을 노정교섭을 통해 완화시키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일자리만들기’ 위원회 한 관계자는 “노동자ㆍ사용자ㆍ정부는 국가 경제위기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서로 의존관계에 있다는 인식의 공유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 네덜란드 협약의 가장 큰 시사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