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받고 허위진단ㆍ소견서 발급, 형ㆍ구속집행정지 도와줘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서울구치소 고위 간부들이 돈을 받고 재소자들의 형ㆍ구속 집행정지를 받게 해주다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곽상도 부장검사)는 재소자들의 형ㆍ구속 집행정지 과정을 일제히 수사, 모두 9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정진철 전 서울구치소 의무과장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모 전 서울대병원장, 임모 전 서울구치소장, 정보근 한보그룹 회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주치의였던 이 전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99년 8월께 정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정 전 회장에게 유리한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해준 혐의다. 정 전 회장은 97년 1월 구속 이후 무려 15차례에 걸쳐 형 집행정지 신청을 하다 모두 기각된 뒤 2002년 6월 돈 3,000만원을 받고 대장암 진단서 발급의 편의를 봐준 이 전 서울대병원장의 도움으로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의사인 이모 교수는 2001년 8월께 배임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 경찰서를 탈출한 뒤 자수한 전 D종건 대표 이모 씨의 구속집행정지를 위해 1,500만원을 받고 “수감생활을 계속하면 급사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부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진철 서울구치소 의무과장은 이 씨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수감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발부해 주다 이 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치명적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내용을 바꿔줬다. 검찰은 형ㆍ구속 집행정지 결정을 받으려면 `수형시설내 의료시설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외부병원에서의 진료를 둘러싸고 브로커를 통한 불법청탁의 여지가 생긴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 과장은 이 씨 외에도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금융알선 브로커 이모씨의 구속집행정지와 관련해 2,800만원 상당의 금품ㆍ부동산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 정 과장은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된 이 씨의 소개로 고속철 로비사건의 김인태 전 경남종건 회장의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1,7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전 서울구치소장은 김인태 전 회장의 외부병원 진료를 허용해주고 950만원을 받은 혐의다. 곽상도 부장검사는 “대학병원 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는 그간 권위를 인정 받아 왔으나 수사결과 특정목적을 위한 환자측에 매수돼 내용을 과장ㆍ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진단서나 소견서 기재 내용의 신뢰성ㆍ정확성을 담보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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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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