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는 21일 국정과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대선 당시 제시한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첫 번째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안에 전략으로 제시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속에 담겼다. 경제민주화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로 대체된 한편 국정목표가 아닌 전략과 국정과제로 한 단계 낮춰진 셈이다. 지난해 7월 박 당선인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 중 경제민주화를 첫 번째로 꼽은 바 있다.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는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 용어가 없다고 (하더라도) 의지라든지 실천 방향, 이행계획 등에 전혀 문제가 없다. 저희가 공약했던 대로 세부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공약 이행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도 "'원칙이 바로 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경제민주화보다 광의의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향후에도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 용어를 서로 상호 교환해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가 국정목표가 아닌 전략과 국정과제로 제시된 이유는 경제민주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파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 위원은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서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제민주화에 해당하는 공약들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안에 포함돼 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금산분리 강화'다. 인수위는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금융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5%로 줄이기로 했다.
대선 공약에서는 금융∙보험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단독 금융회사 기준으로 5%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단독 금융회사'라는 단서로 인해 실질적으로 재벌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에 내용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되 자발적인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기존 순환출자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출자도 신규 순환출자로 간주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확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일정 요건 충족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이 포함됐다.
또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해 중소기업청장과 감사원장, 조달청장도 고발 요청권한을 갖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기관이 고발을 요청할 경우 의무적으로 고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후 금융과 세제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가업상속 지원을 강화하는 등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지원을 확대해 자연스럽게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