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무책임한 감세논쟁 그만두라

역대 정권 가운데 참여정부만큼 야당과 격렬한 세금 논쟁을 벌인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지난 80년대 말 여소야대 시절 야3당이 정책연합을 통해 소득세를 인하한 적은 있으나 대부분 정부 여당이 세금을 깎아주는 데 적극 나섰고 야당들은 못이기는 척 합의해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당장 내년 봄에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도 여당은 2조원을 더 걷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받아놓은 상태고 야당은 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를 비롯해 법인세까지 깎아주는 9조원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 야당의 주장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 내려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다시 또 대대적인 ‘세금 전쟁’에 나선 셈이다. 하기야 세금을 깎아주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내년에 12조원가량을 징수하면 6년 만에 약 85%나 늘어나는 셈이고 면세자를 제외한 근로자 1인당 납부액도 150만원을 넘는다. 물론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ㆍ부가가치세 등도 상당히 증가했으나 문제는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그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또한 전세계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경쟁국보다 법인세율이 높다면 외자유치에 지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마다 세수 부족으로 허덕이는 국가 재정을 감안한다면 무턱대고 감세만 내세울 일도 아니다. 물론 방만한 정부지출구조를 바꿔나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감세 효과도 검토해봐야 한다. 법인세 인하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투자나 외자유치가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고 심지어 중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세금이 투자유치의 걸림돌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60조원이나 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이 투자에 인색한 것은 수익성 높은 사업이 없기 때문이지 세금이 많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세금이 줄면 세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야당은 공급경제학을 모토로 삼은 레이거노믹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세금 인하의 근거가 되었던 래퍼 곡선은 이미 실증적 효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판명됐다.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 붐 때 태어난 세대가 핵심 생산인력이었던 레이건 집권시절 경제가 좋아진 저변에는 생산성은 높아진 반면 실질임금은 도리어 하락한 요인이 있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구멍 난 세수를 막기 위해 세금을 올리자는 이야기를 함부로 꺼낼 때도 아니다. 소비심리가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부가세나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개세의 원칙에 따라 이미 추진하고 있는 대로 조세감면을 대폭 없애고 각종 연금 등의 적자폭도 줄여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4인가족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면세점이 1,580만원이나 되며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나 모두 49%가 소득세를 내지않고 있다. 근로자의 절반이 면세자인데 세율을 인하한들 소비가 어떻게 늘어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정략적인 감세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할 게 아니라 경기활성화의 대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국내 세제는 그동안 선심정치에 따라 갖가지 공제가 남발됨으로써 또 다른 왜곡을 낳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는 생산적 입법 활동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킬 때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를 선순환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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