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식품위생법과 '食파라치'

신경립 기자 <생활산업부>

“지금 업계는 초비상입니다. 오죽하면 직원들을 ‘식파라치’ 양성학원에 보내자는 얘기까지 나오겠어요.” 오는 7월 식품위생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식품 및 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화두는 역시 현행 3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으로 뛰어오르게 될 위해식품 신고 포상금. 어떤 사안이든 ‘돈’이 걸리면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1,000만원이라면 웬만한 직장인의 3~4개월치 봉급이다. 수십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하는 ‘신고보상요원’ 양성학원에는 예비 ‘식파라치’들이 적잖이 모여들고 있다. 포상금받는 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사이트도 부지기수다. 요즘에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하면 부르는 보상금이 500만원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서울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일부러 음식에 이물질을 넣고 클레임을 걸어온 젊은 여성들이 붙잡히기도 했다. 한 외식업체의 관계자는 3일 “예전에는 클레임을 걸다가도 정중한 사과와 함께 음식값을 제해드리면 오히려 미안해 하시던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무조건 음식값을 못 내겠다, 보상금 몇백만원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포상금이 높아지면서 고의성이 눈에 띄는 사례도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은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쳐 왔다. 규제가 미비하다 보니 일반 업체들도 식품위생이나 안전에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국민 건강을 위한 식품안전 기준 강화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환영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불필요한 불신 풍조까지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음식을 공짜로 먹기 위해 일부러 음식에 이물질을 집어넣던 손님을 적발한 한 패밀리 레스토랑 게시판에는 ‘역시 큰소리 내야 공짜로 먹는다’ ‘매장측의 자작극 아니냐’는 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먹기보다는 흠잡기에 정신이 없는 손님과 클레임이 들어오면 ‘식파라치 아닌가’ 의심부터 하고 보는 식당. 제도가 악용되지 않으려면 규제의 부산물인 악의적 ‘식파라치’ 단속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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